또 흑역사 시작인걸까. MBC 월화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가 첫 방송 이후 2~3%대 시청률 굴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니, 이번엔 최저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대로면 '위대한 유혹자'의 악몽이 되살아날 판이다.
'사생결단 로맨스'는 호르몬에 미친 '호르몬 집착녀' 내분비내과 의사 주인아(이시영 분)가 호르몬에 다친 '미스터리 승부욕의 화신' 신경외과 의사 한승주(지현우 분)를 연구대상으로 찜 하면서 벌어지는 호르몬 집중 탐구 로맨스 드라마로, 이시영의 출산 후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내분비내과, 호르몬을 중점으로 그려내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 역시 타 드라마와의 차별화로 여겨졌다. 하지만 뚜껑을 연 '사생결단 로맨스'는 오해가 오해를 낳고, 그 속에서 티격태격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만 한없이 부각될 뿐, 별다른 재미나 공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승주는 자신의 친구 최한성(김흥수 분)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전 여자친구가 주인아라고 굳게 믿고는 주인아를 계속 괴롭혀왔다. 그는 차재환(김진엽 분)에게 "난 그 여자 절대 용서 못 해. 제대로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라며 복수심을 불태웠다.

오해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까칠하게 구는 남자 주인공과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여자 주인공 콘셉트는 지금껏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 '흔하디 흔한' 설정이다. 계속 부딪히고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결국 오해를 풀고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는 향후 전개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이 흔한 설정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차별화된 캐릭터, 재미있는 상황과 대사 등이다. 하지만 '사생결단 로맨스'는 회를 거듭할수록 서브 여주인공의 악행으로 인해 깊어지는 오해, 채무 관계로 얽힌 동거 생활 등 기존 로맨틱 코미디를 답습하는 듯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7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방송된 '사생결단 로맨스' 9회는 전국 기준 2.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자체 최저 시청률에 해당된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7.2%, KBS 2TV '너도 인간이니'는 5%를 기록했다.
4.1%로 방송을 시작했던 '사생결단 로맨스'는 방송 3주차인 현재까지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고, 쭉 3~2%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2.3%라는 자체 최저 시청률을 얻게 된 것. 물론 아직 방송 초반이고, 할 이야기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쉽게 결과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개 방식을 유지한다면, '사생결단 로맨스'의 상승세를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작 '검법남녀'가 최약체 우려를 완전히 뒤집고 월화극 1위 자리를 수성했던 것처럼, '사생결단 로맨스'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탄탄한 스토리와 속시원한 전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사생결단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