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의 조승우가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꼬집었다. 의사도 직원일 뿐이라는 조승우의 일침은 얄밉지만 상국대학병원 의사들로부터 반박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맞는 말만 하는 조승우의 모습은 묘하게 비호감이지만 호감인 상반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JTBC '라이프'에서는 상국대학병원을 조금씩 장악해가는 구승효(조승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승효는 명분과 실리를 양손에 쥐고 상국대학병원 의사들을 조종했다. 화정그룹 가족 출신이 아닌 승효는 그룹에 충성심을 보이고 자리를 보전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인 사람이다. 승효를 연기한 조승우 역시도 '극혐'(극도로 혐오스럽다)이라고 표현할만큼 비호감인 인간이다.

승효는 철저하게 병원을 회사처럼 대했다. 자회사를 통해서 철저하게 병원을 화정그룹의 수익모델로 활용했다. 그가 집요하게 노린 것은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 약 분야였다.
승효는 상국대학병원에 약을 공급하는 자회사를 만들고 그룹 계열사인 화정화학의 약을 독점 계약했다. 자연스럽게 RFID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의사들에게 화정화학의 약과 함께 건강보조식품을 팔게 만들었다.
당연히 의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상국대학병원 직원들은 불만을 가졌다. 특히 오세화(문소리 분)는 의사들에게 영업을 지시하는 사장인 승효에게 직접 항의했다. 하지만 승효는 세화의 반발에 논리적으로 대응했다.

승효는 약을 팔게 해서 자괴감을 느낀다는 세화에게 의사도 화정그룹의 직원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승효는 "이 병원 의사들과 직원은 화정그룹의 직원이 됐다. 직원들 하는 일은 회사에 이익을 주고 월급 타가는 것이다. 여기서 왜 자괴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영업직은 불가촉천민이라도 되냐. 돈 안받고 일할거면 영업안해도 된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라고 소리쳤다.
직업의 귀천이 없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은 보다 더 엄격한 윤리적인 잣대와 사회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직급이 올라가고 경력이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의사들은 특권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승효와 함께 이노을(원진아 분)도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꼬집었다. 노을은 구승효 사장의 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주경문(유재명 분)과 예진우(이동욱 분)에게 변화를 두려워하면 고인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승효의 행동은 분명 합리적이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은 선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병원을 수익모델로 삼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병원은 특수하게 취급받아야한다.
승효의 일침이 강렬한 이유는 그의 행동이나 말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상국대학병원의사들의 특별한 권위의식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승효가 이대로 상국대학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개혁을 이뤄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 전개에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라이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