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의 마무리 여정, 모험과 진화가 기다린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8.09 06: 14

마무리 투수로 9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고 으뜸가는 마무리 투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36)은 KBO리그에서 역대 3번째 통산 250세이브 기록을 손에 넣었다. 
넥센 시절인 지난 2010년부터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은 손승락은 9년 동안 쉼없이 뒷문을 걸어잠궜다. 지난 7일 울산 LG전에서 거둔 250번째 세이브는 그가 마무리 투수로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여정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정표였다.
손승락은 2010년 첫 세이브를 거뒀을 당시를 잊지 못한다. 250개가 넘는 세이브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였다고. 그는 "2010년 첫 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 상황이란 것도 모르고 마운드에 올랐다"면서 "100%로 못 던졌고 우여곡절 끝에 세이브를 했다. 그런데 이때 든 생각이 '못하겠다'가 아니라 '너무 재밌다', '너무 스릴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으로 인해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마무리 투수가 자신의 성격과 맞는다는 손승락이다. 하지만 최근 위기도 있었다. 올 시즌 잦은 블론세이브로 2군행을 자처하기도 했다. 9년의 시간을 마무리 투수로 보내면서 숱한 난관이 있었지만, 손승락에게는 올해 겪었던 시련은 이전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는 "공백기 없이 9년을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다. 9년 간 불펜에서 기다렸다가 던지고 하는 패턴이 반복됐는데, 너무 심신이 지쳤던 것 같다"면서 "블론세이브로 멘탈이 흔들려서 내려간 것은 아니다. 그동안 더한 시련들도 있었다. 하지만 심신이 지치면서 당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 팀에 민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군에 다녀오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당시의 재충전이 지금 마운드에서 다시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온 손승락. 여기에 진화의 방법까지 택했다. 속구-커터의 단순한 조합에서 탈피해 포크볼과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들을 구사하면서 변주를 줬다. 변주와 함께 손승락은 다시금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최근 5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벌이고 있다. 
손승락에게 지금의 변화는 마무리 투수로 정착하고 난 뒤 가장 큰 변화다. 그는 "다른 변화구를 가끔씩 던진 적은 이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전환 이후 지금처럼 큰 변화는 처음이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서 다른 변화구를 던질 때 재밌다. 가끔씩 선발 투수 되는 기분이다"는 손승락이다. 그에게는 지금의 변화가 모험과도 같다. 하지만 그 모험마저 즐기고 있다. 
그는 "후배들도 다른 변화구를 금방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것에 의아해한다. 원래 갖고 있던 변화구를 다시 꺼내든 것인데, 후배들이 의아해하면서도 힘도 주고 있다. 그래서 모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자들의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들도 그에게는 또 다른 재미거리이자 희열이다. 손승락은 "타자들이 전에는 나의 구종을 예측하고 타석에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타자들에게서 예측 못했다는 표정을 볼 수 있다"면서 "타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면서 아웃시키는 것에서 지금 또 다른 재미와 희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의 공격적인 투구 패턴은 변함이 없다. 지금의 변화는 진화를 위해서 기존 자신의 것에 무언가를 더한 것이다. "변화구를 던지고 있다고 완전한 변화가 아니다. 자신 있고 강하게, 원래 나의 스타일대로 공을 던지고 있고 다른 무언가를 추가했을 뿐이다"고 말하는 손승락이다. 
250세이브 금자탑을 먼저 쌓은 오승환(277세이브), 임창용(258세이브)은 손승락에게 마무리 투수의 교과서 같은 존재다. 손승락은 "(임)창용이 형, (오)승환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창용이 형과 승환이를 보고 지금 내가 마무리 투수를 어떻게 하는지를 배웠다. 내가 세이브 숫자를 더 많이 한다고 해서 넘어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우러러 보는 선수들이다"고 말했다.
특히 동갑내기인 오승환에 대해선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는 "승환이는 마무리 투수를 먼저 한 케이스다. 당시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 승환이가 메이저리그에서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데 그러한 변화를 준 부분까지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투수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한 손승락의 원동력은 '굳은 마음'이었다. 그는 "밑바닥을 경험해도 다시 치고 올라가는 힘. 아무리 나를 흔들려고 해도 그 자리를 버티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버텨온 손승락은 이제 마무리 후배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그는 "마무리 투수를 하는 후배들이 이제는 내게 많이 물어본다. 마무리 투수 선배로 해줄 말이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다"면서 "
마무리 투수는 80% 이상 멘탈이다. 멘탈을 노력으로 단련시키고 이를 경기장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승화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걸 못하면 이 자리에 있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투수로 아직 세우고 싶은 기록들이 더 많다"는 손승락이다. 9년의 마무리 투수 여정이 지나왔고, 앞으로도 마무리 투수로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그 길 위에는 모험과 진화가 기다리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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