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9번 & 안방살림, 롯데 살리는 '안중열 효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8.10 06: 01

약 2년의 1군 공백을 딛고 복귀한 선수가 팀의 체질을 바꿔놓고 있는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 안중열(23)이 복귀한 뒤 롯데의 포수 포지션은 안정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안중열이 약 2년의 1군 공백을 딛고 지난달 8일 복귀하기 전까지 롯데는 나종덕, 김사훈, 나원탁으로 안방 체제를 꾸렸다. 
시즌 초반부터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었는데, 그 대가가 너무 컸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아쉬운 모습들이 속출했다. 수비에서는 나종덕과 김사훈이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면서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력이었다. 롯데의 포수 포지션의 공격력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안중열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되기 전까지, 선발 출장한 포수들은 타율 1할6푼4리 OPS 0.406을 기록했다. 선발 포수의 타율은 최하위 NC(0.159)에 겨우 앞섰고, OPS는 독보적인 최하위였다.

하지만 안중열이 1군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롯데의 포수 포지션 공격력은 달라졌다. 약 2년의 실전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다. 현재 안중열은 23경기 타율 2할9푼3리(58타수 17안타) 3홈런 9타점 OPS 0.873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안중열이 주로 포진하는 타순은 9번이다. 더 이상 9번은 쉬어가는 타순이 아니라는 것. 이전에도 선발 포수 가 9번 타순에 위치했는데, 상위 타순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사실상 끊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대 투수들도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타순이라고 생각했다.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현실이 그랬다.
그러나 안중열이 9번 타순에서 상위 타순과의 끊어진 고리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표본이 적지만, 더 이상 롯데 포수진의 공격력을 얕보긴 힘들어졌다. 특히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서 생애 첫 만루포를 뽑아내는 등 장타력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17개의 안타 중 8개가 장타다(2루타 5개, 홈런 3개).전준우, 손아섭, 민병헌, 이대호 등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막강한 상위 타순과 9번 타순이 연결되면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빅이닝의 확률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안중열은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수비에서는 나종덕, 김사훈 등도 성장을 거듭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안중열의 현재 보여주고 있는 안정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 하다. 포일은 1개에 불과하고(수비이닝 163이닝) 블로킹 능력도 이전과 같이 민첩하다.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었기에 도루 저지 능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그 우려도 불식시키고 있다. 현재 3할3푼3리(15번 중 5번 저지)의 준수한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안정된 수비에 더해 안중열의 존재로 투수력까지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7월19일 잠실 두산전부터 18경기 연속 선발 포수로 출장하고 있는데, 이 기간 팀은 10승8패를 거뒀다. 아울러 팀 평균자책점은 4.44로 같은 기간 리그 3위에 해당한다. 
투수진의 컨디션이 다시 올라오면서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것이 현재 투수진의 안정감을 설명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 안중열의 복귀와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안중열 이전의 포수들의 경우 모두 올해부터 새롭게 맞춰가는 과정이었고, 시행착오를 투수진도 함께 겪어야 했다. 투수진도 자연스럽게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5년 KT에서 롯데로 트레이드되어 온 뒤, 2016시즌 중반까지 현재 1군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봤던 안중열이다. 공백이 있더라도 굳이 투수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투수들도 거부감이 없다. 안중열 스스로도 1군 복귀 이후 "듀브론트와 이적해서 오신 선배님들을 제외하면 다른 투수들은 이미 맞춰본 적이 있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며 투수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부분에 대해선 자신한 바 있다. 투수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데 익숙함보다 더 좋은 원동력은 없을 것이다. 안중열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안중열의 합류 효과가 미미하다기에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과연 안중열의 합류와 함께 롯데의 안방도 다시 평온을 찾기 시작한 것일까.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