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속 조승우와 원진아의 관계가 묘하다. 이들의 감정은 '러브'일까 '탐색'일까?
13일 전파를 탄 JTBC 월화 드라마 '라이프' 7화에서 사장 구승효(조승우 분)는 유기견 센터에 봉사를 나갔다. 응급의학센터 의사 예진우(이동욱 분)와 소아청소년과 의사 이노을(원진아 분)도 함께였다.
슈트를 벗은 구승효는 한없이 따뜻했다. 그래서 이노을은 구승효의 새로운 면모를 주시했다. 구승효는 부원장(문성근 분)과 암센터장(엄효섭 분)이 자신이 안고 있는 유기견에 병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회식자리에서 나와 남몰래 다시 센터로 돌아왔다.

구승효는 그 유기견을 서울로 데려가 치료해주려고 했다. 회식자리에서 나온 이노을이 유기견과 함께 있는 구승효 곁으로 왔다. 그는 "뭐 놓고 갔냐"는 센터 관계자의 말에 구승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구승효는 자신을 편하게 대하는 이노을이 의아하면서 궁금해졌다.
이노을은 구승효에게 "감사하기도 하고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필수 3과를 지키는 것. 하지만 사람이 당연한 걸 못 할 때도 있다. 자존심이나 주변 시선 때문에. 투약사고 일부러 유족들에게 발표한 거냐. 우리 잡으려고?"라고 물었다. 구승효는 "애초부터 그런 사고가 없었다면 그럴 일도 없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지적했다.
이노을은 "너무너무 중요하다.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구승효는 "결과는 어차피 한 가지다"고 차갑게 답했다. 하지만 이노을은 "사장님 같은 분을 기다렸다. 그래서 전 우리 병원에 사장님이 오래 계셨으면 좋겠다. 중간에 어떻게 되지 말고"라며 진심을 내비쳤다.
이 말에 구승효는 "부임 몇 달 만에 누가 날 어떻게 한다는 거냐"고 물었고 이노을은 "안 그러려면 본인 스스로 병원에서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많은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 아직 판단이 안 된다. 희망을 걸어도 될지 우릴 망칠 사람인지"라고 말했다.
구승효는 "난 내 일 하러 왔을 뿐이다"고 했고 이노을은 "의사는 생명을 붙잡는 손이 되고 싶다. 기업인도 단순히 월급 주는 걸 넘어서서 이루고 싶은 게 있지 않냐"고 질문했다. 구승효는 유기견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이노을의 이야기를 곱씹었다.

병원 사장 타이틀을 뗀 구승효는 인간미가 넘쳤다. 말도 없이 개를 데려왔다며 엄마에게 혼나기도 했고 치료만 해주고 돌려보낼 거라고 하면서 애견용품을 잔뜩 사왔다. '저녁'이라는 이름도 붙여줬고 자신의 방에서 애정으로 돌보며 훈훈한 매력을 더했다.
비록 다음 날 병원에선 또다시 냉철하고 이익을 따지는 사장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 동물의료센터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고 실제로 돈이 되는 4대 생활건강 클리닉과 장례식장 확대 개편, 의사들 성과급제와 고가제도 개편 등을 추진했다. 병원을 흑자로 돌리려는 기업 마인드였다.
그래서 이노을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본 구승효의 진심이 무엇일지 확신할 수 없는 그였다. 앞서 그는 구승효를 파악하기 위해 늦은 밤 소아청소년과 병동을 소개하며 아픈 신생아들과 환아들을 보여줬다. 냉철한 구승효도 그 순간 만큼은 얼굴을 찡그렸다.
남자 구승효의 감정도 묘했다. 그는 내부 조력자인 선우창(태인호 분)에게 이노을과 예진우가 사귀는지 물었다. 선우창은 그런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구승효는 "뭐하는 거야. 일하라고 했더니 눈이나 맞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라이프' 이수연 작가는 전작인 '비밀의 숲'에서도 큰 스토리 전개와 흥미진진한 인물관계에 집중했던 바다. 황시목(조승우 분)과 한여진(배두나 분)의 공조 수사 속에 묘한 러브라인이 아주 옅게 깔리긴 했지만 살인사건과 그 뒤에 숨겨진 빅피처 및 설계자를 찾는 데 시청자들이 집중하도록 했다.
이번 '라이프' 역시 병원이라는 거대 구조를 두고서 의사들 개인과 재단의 각자 신념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노을과 구승효의 관계가 러브라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이들이 어떻게 발전할지 시청자들로서는 궁금할 따름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