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는 적용되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밤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서 열린 바레인과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6-0 대승을 거뒀다.
사상 첫 2연패 도전의 문을 활짝 열었다. 한국은 오는 17일 말레이시아, 20일 키르기스스탄과 차례로 조별리그를 벌인다. 한국 남자 축구는 역대 아시안게임서 총 네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70년 방콕(버마와 공동우승), 1978년 방콕(북한과 공동우승),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 대회서 정상에 올랐다.

바레인전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려는 있었다. 변수가 존재했다. 반둥의 날씨는 선선한 편이었지만 일명 동남아 특유의 '떡잔디'를 극복해야 했다. 실전 경험도 부족했다. 조편성 오류로 일정이 계속 바뀌면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하지 못했다. 공격진은 월드컵과 A매치 등에서 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었지만 호흡이 생명인 수비가 문제였다.
뒷마당의 중심을 잡은 김민재(전북)도 바레인전을 앞두고 "평가전을 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걸리는 점"이라며 "공격수들은 계속 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걱정이 안되지만 수비수들은 그러지 못했다"며 걱정했다.
기우였다. 김학범호의 역대급 전력에 변수는 적용되지 않았다. 후반 김민재가 빠지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훈련의 일환이었다. 일부러 내려서서 볼을 빼앗은 뒤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훈련이었다. 경기 말미 선수들이 늘어지면서 잘 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김학범호의 면면을 보면 아시안게임 역대 최강팀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손흥민(토트넘), 조현우(대구), 김민재(전북) 등은 A대표팀의 핵심 자원들이다. 여기에 2018 러시아 월드컵서 경험을 쌓은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황희찬(잘츠부르크)도 있다. 손흥민은 컨디션 조절 차 바레인전에 나서지도 않았다.
황의조는 소속팀에서의 물오른 득점감각을 아시안게임서 이어가며 인맥 논란을 일순간에 지워냈다. 전반 43분 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위협적인 침투와 날카로운 결정력으로 정통 골잡이로서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이 외에도 바레인전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은 나상호(광주)와 공격적 윙백의 진수를 보여준 김문환(부산)과 김진야(인천), 중원에서 제 몫을 해준 황인범(아산), 장윤호(전북), 이승모(광주) 그리고 스리백으로 활약한 황현수(서울)와 조유민(수원FC)도 소속팀과 연령별 대표팀서 꾸준히 존재감을 발휘한 자원들이다.
바레인전엔 벤치에 있었지만 말레이시아전 출격이 기대되는 이진현(포항), 김정민(리퍼링), 송범근(전북), 정태욱(제주), 이시영(성남)도 소속팀과 각급 연령별 대표팀서 두각을 나타낸 기대주들이다.
대표팀은 6일간 조별리그 3경기, 결승전에 오를 경우 최대 18일 동안 7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강행군을 이겨내기 위해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바레인전을 통해 누가 나와도 해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그 많던 변수도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dolyng@osen.co.kr

[사진] 반둥(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