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김정현과 서현이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나누며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우게 됐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시간'에서는 엄마와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은채아(황승언 분)의 레스토랑에 취직한 설지현(서현 분)과 그런 설지현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천수호(김정현 분), 아직 설지현에 대한 마음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악행을 지속하는 신민석(김준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천수호는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서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 기억을 찾고 싶은데 잘 안 된다"며 설지현의 동생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진실을 말하려는 이유가 설지현 때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설지현 때문이 아니다. 언젠가는 죽는데 사는 동안만이라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설지현은 은채아가 천수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공동대표가 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천수헹 부탁해 레스토랑에 주방 보조로 취직했다. 앞서 설지현의 동생과 엄마의 죽음에 둘러싸인 비밀을 잘 알고 있는 강인범(허정도 분)을 만난 은채아는 설지현과 신민석이 연인 관계였다는 걸 알면서도 우연을 가장해 두 사람을 함께 사무실로 불러 "어떻게 전 연인과 헤어지게 됐냐"고 물었다.
설지현은 신민석의 앞에서 "남자친구 없다. 얼마 전에 헤어졌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저는 가까운 곳을, 그 사람은 먼 곳을"이라고 답했고, 신민석은 "사랑해서 헤어졌다. 더 이상 해줄 게 없으니까. 행복하게 해줄 방법이 없으니까 헤어졌다"고 간접적으로 설지현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있음을 전했다. 그런 신민석과 설지현을 보며 은채아와 천수호 모두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이 문제로 천수호와 은채아는 말싸움을 하게 됐다. 은채아는 천수호에게 "무슨 꿍꿍이로 저 여자 데리고 왔냐. 데리고 노는 거냐. 왜 이렇게 취향이 싸구려로 변했냐"고 비아냥댔고, 천수는 이에 "함부로 말하지 말라. 말이면 다인 줄 아냐"고 은채아의 말에 화를 내고 말았다. 은채아는 "저 여자와 신변호사가 무슨 사이인 줄이나 아냐"고 물었고, 이에 천수호는 "알면서 신변 불렀냐. 그럼 너 진짜 잔인한 거냐. 어떻게 그딴 짓을 하냐"고 따져 물었지만, "너야말로 다 알면서 저 여자를 여기로 불렀냐. 기자회견에서도, 백화점에서도 저 여자 데리고 나가지 않았냐. 대체 뭐하는 것이냐"고 묻는 은채아의 물음에는 답하지 못했다.
천수호는 은채아가 설지현을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설지현을 걱정하는 마음에 "회사 그만둬라. 넌 낙하산이다. 감자 깎는 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이냐. 여하튼 그만 둬라. 더 좋은 데 소개시켜 주겠다"고 그를 말렸다. 하지만 설지현은 멈추지 않았다. 설지현은 천수호에 "그만두라는 진짜 이유가 뭐냐. 혹시 은채아 대표님 때문이냐"고 물었고, 이에 천수호는 "너도 솔직하게 말해봐라. 왜 여기서 일하겠다고 한 거냐. 진짜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거냐"고 되물었다. 설지현은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전부 얘기하겠다. 대신 레스토랑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답했다. 그런 설지현에게 천수호는 더 묻지 않고 조용히 뒤를 돌았다.

천수호와 헤어진 설지현은 방으로 돌아와 그의 방 벽을 노크한 후 "은채아 대표님과 결혼하냐. 은채아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결혼하는 거 같다. 두 분 정략결혼 하는 거 아니냐. 그냥 좀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했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다. 이웃으로서 신경쓰여서 하는 말이다"고 물었다. 그러자 천수호는 "신경쓰지 말라. 대답도 하지 말아라"고 화를 냈지만, 두 사람은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신경쓰며 잠을 이루지 못해 조금씩 감정의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설지현은 천수호의 아픈 가정사도 알게 됐다. 은채아가 나간 사무실에 몰래 잠입해 단서를 찾던 중, 푸드 사업의 대표를 맡게 된 천수호를 설득하기 위해 그를 따라온 천수철(서현우 분)이 천수호에게 "그러다 너도 니네 엄마처럼 된다. 니네 엄마 자살했을 때 너도 따라 죽으려 하지 않았냐. 어차피 덤으로 사는 인생인데 욕심 부리지 말아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된 것. 설지현은 비로소 자신이 죽으려던 때에 "나도 너와 같은 경험이 있다"고 고백한 천수호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은 그날 밤 벽을 사이에 두고 추억에 담긴 음악을 함께 들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설지현은 음악에 담긴 가족의 추억을, 천수호는 엄마와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쓰다듬으며 숨죽은 눈물을 흘린 것. 다음 날, 천수호는 설지현에게 "음악 듣기 좋더라"고 툴툴대는 말투로 고마움을 드러냈다. 설지현은 "눈부시게 행복한 날이 올까"라고 천수호에게 무의식적으로 물었고, 속으로 천수호는 "올 것이다"라고 확신하면서도, "행복이란 건 가까이서 찾는 게 아니다. 저 멀리서 찾는 거지. 우리 주변에는 골치아픈 일이 얼마나 많은데. 행복이란 건 다 잊어버리고 저 멀리 떠나버리는 거다"라며 지금의 악몽을 모두 잊고 설지현이 새 출발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천수호와 설지현은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공교롭게도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사랑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무도 곁에 없는 상황에 만난 두 사람은 외딴 섬에서 만난 조난자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운명의 태풍을 헤쳐나가고 있는 중. 과연 두 사람이 시한부와 가족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아픈 생채기를 이겨내고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을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사진] '시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