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가 없는 게임이 시작됐다. 이제 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본격적인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밤 9시 30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서 중동의 강호 이란과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제 무조건 이기기만 해야 한다. 조별리그처럼 쉼표를 찍을 수 없다. 오르지 못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한다.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금메달이란 가시적 목표는 물론 병역 혜택이라는 실질적인 혜택까지 모두 사라질 수 있다.

이란은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과 함께 최다 우승(4회)을 자랑한다. 이번 대회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 젊은 피들을 대거 참가시켰다. 한국처럼 와일드카드도 없다. 그런 만큼 토너먼트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라야 한다.

▲ 3백인가 4백인가
이란전에 가장 눈여겨 봐야 하는 곳은 역시 수비다. 수비라인의 중심이 돼줬던 김민재가 출전하지 못한다. 1~3차 조별리그에 모두 선발로 나섰고 2차전엔 주장완장까지 찼던 김민재다. 1,2차전의 3백, 3차전의 4백일 때도 중심에 있었다.
김민재가 없다는 것은 4백 라인 가동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태욱이 있지만 김민재에 비해 스피드가 느리다는 평가다. 이란이 역습으로 공세를 취할 때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3백을 통해 측면 수비수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란의 역습 때 수비수간 커버플레이가 어긋나면 여지 없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선제골을 내주는 순간 침대축구까지 감안해야 한다.

▲ 측면과 공간
키르기스스탄전은 1-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답답한 경기였다. 특히 전반의 경우는 밀집된 수비수들 때문에 제대로 공격을 펼쳐보지 못했다. 빽빽한 수비 사이에서 공을 돌리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황희찬 등이 투입되면서 측면 공격이 활발해지자 공간이 생겼다. 황희찬의 스피드를 막기 위해 중앙에 포진됐던 수비들이 측면으로 이동하며 공간이 생긴 것이다. 틈이 생기자 슈팅 찬스도 늘어났다. 비록 결정력에서 미치지 못한 황희찬이지만 그의 움직임으로 파생된 효과는 상당했다.
반대로 미드필더들은 수비 가담을 적극적으로 해 공간을 메워야 한다. 공격 나간 측면을 중원에서 뛰는 미드필더들이 부지런히 뛰어 빈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선수비 후 역습을 펼칠 이란의 스피드를 순간적인 압박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미리미리 틈은 메워둬야 한다.

▲ 승부차기
토너먼트는 결국 끝장승부라는 뜻이다. 연장전에서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잔인한 승부차기도 대비해야 한다. 승부차기를 운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분석해서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이는 것이 현대축구다.
골키퍼의 능력도 필수다. 다행히 조현우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다. 승부차기까지 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야 한다면 조현우를 믿는 수밖에 없다.
살 떨리는 토너먼트. 한국은 이제부터 네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하지만 이란과의 16강전을 넘지 못하면 남은 세 경기는 치를 수 있는 기회도 잡지 못한다. 극악무도한 아시안게임 토너먼트가 막이 오른다. /letmeout@osen.co.kr
[사진]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