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게 사이영상 투표권이 있다면 디그롬(뉴욕 메츠)에게 줄 것이다."
올해의 제이콥 디그롬은 '불운한 남자'를 뛰어넘은 '불운 그 자체'다. 디그롬의 성적은 경이롭다. 168이닝을 던지며 204탈삼진 WIP(이닝 당 출루 허용) 0.96, 피안타율 2할5리, 피OPS 0.549, 평균자책점은 1.71에 불과하다. 25번의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는 21차례. 하지만 디그롬이 승패는 다른 기록들과 괴리가 있다. 8승7패라는 결과는 디그롬에게 가혹하다.
동료 투수들 역시 디그롬의 올 시즌 퍼포먼스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메디슨 범가너는 디그롬의 열렬한 지지자다.

범가너는 23일(이하 한국시간) MLB.com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디그롬에 대해 극찬했다.그리고 동시에 연민의 감정까지 드러냈다.
범가너는 "매우 인상적이다"면서 "맥스 슈어저(워싱턴),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등과도 가깝지만 만약 내게 사이영상 투표권이 있다면 나의 선택은 디그롬이다"고 강조했다.
사실 범가너는 그 누구보다 디그롬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MLB.com은 "범가너는 자신의 투구 내용이 자신의 승패에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범가너는 이 주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면서 범가너 역시 올해의 디그롬과 마찬가지로 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투수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범가너의 샌프란시스코는 공격이 부실한 팀이다. MLB.com은 "과거 3차례의 월드시리즈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며 "범가너의 커리어에 올해 메츠의 공격력(득점 순위 21위)보다 더 낮은 순위였던 적이 4번 있었고(2011, 2013, 2017, 2018) 범가너는 이 기간 5할 승률에 7경기나 뒤진 32승39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한 바 있다"고 전했다. 홀로 싸우는 듯한 디그롬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가너다.
다만, 범가너는 이에 "승패에 우리의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팀의 도움 없이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면서 "스스로 팀을 패배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팀의 노력이 필요하고 승리할 수 있다. 모든 것은 팀워크다"면서 투수도 팀의 일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범가너는 디그롬의 사이영상 입후보는 논란거리가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그는 "디그롬의 지금 성적이 사이영상 입후보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디그롬의 사이영상 입후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디그롬의 투구를 보지도 않은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디그롬(왼쪽)과 범가너.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