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리그] ‘박경완 추천’ 스펀지 같은 전경원, SK 차세대 포수 낙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23 13: 01

“적당한 순번이 된다면 이 친구를 뽑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SK 스카우트들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를 찾았다. 하나의 영상과 함께였다. 드래프트에 나올 포수 10명 정도의 고교 시절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었다. 포수 한 명 정도는 지명을 해야 하는데, 어떤 선수가 좋을지 일종의 자문을 받은 것이었다. 영상을 곰곰이 살피던 박 코치는 두 명의 선수를 대뜸 추천했다.
한 명은 포수 최대어로 뽑혔던 김형준(NC)이었다. 물론 스카우트들은 영상을 보여주기 전 “김형준은 상위 순번으로 뽑힐 가능성이 커 SK가 지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미리 이야기했다. 그러자 박 코치는 김형준과 더불어 한 선수를 낙점했다. 오히려 박 코치는 “김형준 못지않은 선수다. 적당히 순번이 잘 맞아 떨어지면 지명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 선수는 입단이 확정된 지 1년 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선보이며 박 코치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SK의 2차 5라운드(전체 45순위) 지명을 받은 전경원(19)이 그 주인공이다. 은근히 포수 뎁스가 많이 충원된 SK 퓨처스팀(2군)에서도 최근에는 주전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구단이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유망주 중 하나가 됐다. 그만큼 잠재력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전경원은 건장한 하드웨어(184㎝/95㎏)를 갖추고 있다. 다만 관계자들은 “하드웨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메이저투어 당시 전경원을 지도한 박 코치는 “몸 스피드 등 아직 모자라는 기술적 측면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운동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훈련을 한다는 것이 전경원의 최대 장점이다. 이런 선수는 단점을 보완하는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고 치켜세웠다.
이런 전경원의 장점은 모두 운동선수 출신인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부친은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세계선수권 입상 경력이 있는 전병철 씨다. 모친은 양궁 국가대표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조윤정 씨다. 전경원은 “부모님께서 무서운 것은 아니신데,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조언과 충고를 많이 해주셨다”고 감사해 한다.
김필중 퓨처스팀 배터리 코치는 “이제 대학교 1학년 나이인데 흡수력이 빠르다. 한 번 가르치면 그것을 이해하는 속도가 있다. 워낙 야구에 관심이 많은 선수라 배운 것을 빨리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머리가 좋다는 것”이라면서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요령이 아직 부족할 뿐, 나이에 비하면 힘도 좋은 편”이라고 호평 대열에 동참했다.
전경원의 훈련 프로그램은 밀도가 높다. 강훈련에 가깝다. 다른 선수들이 쉴 때 홀로 보조구장에 남아 2루 송구에 매진한다. 부족한 점을 파고드는 끈기와 집중력이 있다. 전경원은 “도루 저지에 있어 순발력, 그리고 앞으로 스텝을 밟는 타이밍이 아직 부족해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블로킹과 포구보다는 송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프로 선배들의 공은 아마추어와는 구속과 변화구의 각도 측면에서 완벽하게 다르다. 혼자 불안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말대로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상대적으로 야구를 늦게 시작한 편인 전경원도 “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한때는 확대 엔트리 때 1군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생각을 접었다. 전경원은 “하면 할수록 배우는 게 많아지고, 부족한 점을 느낀다. 확실히 만든 뒤 1군에 도전해도 된다는 생각”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코칭스태프도 많은 관심을 쏟는다. 김무관 퓨처스팀 감독은 “타격도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아무래도 신인이지만 겨울부터 기본기 훈련을 충실하게 하면서 맞는 면이 늘어났다. 중장거리 타자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생각도 좋고, 연습에서의 접근도 좋다”고 칭찬했다. 실제 전경원은 퓨처스리그 49경기에서 타율 3할5푼6리를 기록하고 있다. 전경원은 “타격은 이런 성적이 나올지 몰랐다”고 했다. 자신이 몰랐던 잠재력이다.
맞춤형 프로그램도 나왔다. 김 코치는 “힘을 쓰는 요령과 순발력도 보완해야 한다. 이건 기술적인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웨이트나 순발력 향상 프로그램을 트레이닝 파트와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는 “몸 스피드가 느리다는 단점은 있는데 이건 훈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면서 “군 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구단이 허락한다면 마무리캠프에서 직접 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지도자들의 기대와 호평에서 전경원의 좋은 출발을 엿볼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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