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성→성유빈까지"..'살아남은 아이' 공감無 한국사회에 고함(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8.23 17: 59

 “사망 보상금 받았으면 됐지. 이제 그만 좀 해라.”
영화 ‘살아남은 아이’(감독 신동석, 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아토ATO)에서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이다. 자식을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성철(최무성 분)과 미숙(김여진 분)이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이 부부에게 건넨 말이다.
자연스럽게 4·16 세월호 참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은 구조됐고 304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 가운데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는 모두 261명이며 일반인은 43명이다.

이를 지켜봤던 국민들은 유가족들의 고통에 비할 바는 물론 아니지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침몰 광경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재난의 목격자가 됐고 알게 모르게 트라우마에 노출돼 있다.
어쩌면 평생 갈 수도 있는 세월호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우리 사회는 아주 중요한 출발점에 서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가 아닐까. "이제 그만 좀 해라"는 식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을 잃은 부부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부부의 고통에 무관심 했던 죽은 아들의 친구가 그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전에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이 커지는 감정을 느끼면서 세 인물의 묘한 관계 변화를 그린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 성철 역의 최무성, 어머니 미숙 역의 김여진, 죽은 아들의 친구 기현 역의 성유빈이 참석했다.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들 친구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동석 감독은 이날 “이야기가 공감의 힘을 전파하는 동시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원했다”며 “사별이란 비극적인 고통의 강도에 비해 사회적인 제도와 통념이 보여주는 인식과 위로가 미천했다. 부족한 공감 능력은 때로 상처를 덧나게 하기도 한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신동석 감독은 “이렇게 ‘살아남은 아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는 부부의 아들이 구한 아이 기현이 살아남은 아이로 표현한 것도 있고, 마지막에 보면 기현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말할 수 있는 의미라 제목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여드렸을 때 ‘세월호 참사’를 말씀하셔서 내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용해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하려면 조심하면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김여진 배우와 미팅을 했을 때도 극중 부부가 유가족이라는 인물로 대상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저 역시 그 부분에 동의했다. 그래서 더 생각을 많이 했고 상처를 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우리나라에 역사적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억울한 자리에 놓인 일이 있지 않았나. 그런 모습을 접했을 때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있었다. 그게 이 시나리오의 밑바탕이 됐다”라고 전했다.
신동석 감독은 이어 “그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를 했던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내놓고 보니 세월호 참사가 떠오를 수 있겠다 싶다. 아픔을 겪으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미숙을 연기한 김여진은 “사실 저는 작품 제목만 보고 안하고 싶었다. ‘살아남은 아이’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살아남지 못한 아이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여진은 “하지만 시나리오를 봤는데 이야기가 참 좋았고 갑자기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참여를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하사탕’을 찍었을 때 제 인생에 영화가 많이 침범을 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단단해졌고, 작품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작품을 하고도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분들에게 말이 아닌, 연기로 그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기현을 연기한 성유빈은 “지금껏 제가 출연한 작품들 중에 가장 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에너지를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기현이 18세라 반항심이 있지만 그 나름대로 순수함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상처와 아픔이 많지만, 생각이 깊은 인물이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아빠 성철로 분한 최무성은 아들을 잃은 슬픔부터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과정까지, 감정의 변화가 큰 인물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촘촘하게 채웠다. 미숙 역을 맡은 김여진도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진 엄마의 심정에 깊게 몰입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친구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을 맡은 성유빈도 나이와 경험치와 비교했을 때 한층 깊은 역할을 해내며 복잡다단한 인물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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