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격자’(조규장 감독)가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강력한 한 방을 때려냈다. ‘인랑’(김지운 감독), ‘신과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 ‘공작’(윤종빈 감독)’에 이어 여름 극장가 경쟁에서 가장 마지막 주자로 뛰어든 ‘목격자’는 역주행 흥행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을 거머쥐었다. ‘다크호스’라 불릴만한 반전이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목격자’는 개봉 10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작 사이에서 탄생한 의미있는 흥행이다.
‘목격자’의 연출을 맡은 조규장 감독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생활밀착형 스릴러’로 값진 흥행을 일궈냈다. ‘내가 사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과연 당신은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 혹은 살인을 방관할 것인가’, 당장 오늘이라도 일어날 법한 ‘목격자’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오는 현실 공감 스릴러로 관객 몰이를 이어나가고 있다.
‘목격자’의 흥행은 영화를 만든 조규장 감독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것. 조규장 감독은 ‘목격자’가 한 해의 최고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서 선보일 것이라고도 기대하지 못했다고. 조규장 감독은 “봄이나 가을께 개봉하지 않을까 했었다. 처음에 여름에 개봉하자고 했을 때에는 당황하기도 했다. 감개무량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목격자’는 사실 주제의식이 분명한 쉽고 빠른 스릴러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의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분명히 목격한 이들이 있다. 그러나 잔혹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도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내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입을 굳게 다문다. ‘목격자’는 살인범보다 더 무서운 우리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다. ‘목격자’의 흥행을 만든 현실 공감 공포는 바로 아파트에서 탄생했다.
“도시에 살면 대부분 아파트에 살잖아요. 저도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저조차 옆집 사람이 누군지 잘 몰라요. 사실 인사해도 되는데 그게 잘 안되고요. 그게 아파트라는 문화가 가진 특성이 아닌가 싶어요.”

몰입도 높은 스릴러를 위해 조규장 감독은 ‘내 집’같은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조규장 감독은 “사람들이 친밀감, 익숙함을 느끼기 위해 우리집 같은 느낌을 줘야만 했다. 우리 가족, 혹은 우리 친척이 살고 있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목격자’의 지향점은 남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다”며 “너무 새것 같아서도 안 되고, 너무 낡아서도 안 되고, 도시의 평범한 중산층이 살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아파트에 복도도 있어야 했고, 대단지에 위치해 있어야 했다. 이것저것을 많이 따지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스릴러는 숨겨진 범인을 추리하고, 추적해가며 서스펜스를 쌓는다. 그러나 살인자와 목격자가 눈이 마주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목격자’는 영화 시작부터 과감하게 범인을 공개한다. 패를 보이는 스릴러라니, ‘목격자’의 자신감이다.
“범인을 오픈하고 더 열심히 만들겠다는 거였어요(웃음). 걱정이 된 부분도 분명히 있었죠.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긴장감을 높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초반부에서 범인을 공개하는 대신, 긴장감 있게 가려고 노력했죠. 정면승부를 했다고 해야 할까요. ‘목격자’는 범인 정체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굳이 감춰야 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죠.”/mari@osen.co.kr
(Oh! 커피 한 잔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