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팬들의 은메달 기원, 대표팀 선수들의 속내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25 05: 50

“팬들의 비판 여론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대회를 앞두고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회 첫 경기 시작을 코앞에 두고도 성난 민심은 여전히 들끓는다.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는 이러한 불만을 상징하고 관통하는 문구다.
이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마음도 가볍지는 않다.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경기에 임하려고 하지만, 여론에 아예 귀를 닫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대표팀의 선임급 선수 중 하나는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는 문구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금메달을 따는 것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많은 팬분들도 은메달보다는 금메달을 더 바라시지 않겠나”고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병역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부 선수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대표팀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미필자는 인천 대회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여론은 올해가 더 논란이 되는 것 같다”면서 “선수단 내부에서는 이런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병역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어쨌든 금메달만이 살 길이라는 의식은 강하다. 대만은 주축 선수들이 상당수 빠졌고,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리가 가장 낫다. 선수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평소 기량만 발휘하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다만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부담감도 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한 선수는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야 본전이라는 의식이 있는 대회다. 그런 부담감을 털어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면서 “매번 대승을 하면 좋겠지만 어쨌든 화끈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의지는 다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러 논란에도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리더십이 기존 대회에서는 30대 중·후반 선수들에 중심되어 있었다면, 이번 대회는 30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하는 한 신진급 선수는 “원칙은 있지만 의사소통 측면에서 빡빡한 기분은 없다. 선배들이 잘 챙겨주시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한다”면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런 논란이 경기력에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첫 판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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