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⅔이닝 동안 11개의 안타를 맞았고, 그 중 5개는 담장을 넘어갔다. 8점의 자책점을 포함해 9실점을 기록했다. 보통의 투수라면 박수를 받기는 어려운 성적이다. 그러나 최민준(19·SK)의 1군 데뷔전은 결과와는 별개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8년 SK의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 지명을 받은 최민준은 퓨처스리그(2군) 담금질을 거쳐 지난 8월 12일 1군에 등록됐다. 불펜 소모가 컸던 SK는 2군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최민준을 롱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예상보다 기회는 일찍 왔다. 12일 인천 KIA전에서 곧바로 1군 무대 데뷔전을 가졌다.
환경은 좋지 않았다. 선발 앙헬 산체스가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대량실점하며 조기강판됐다. 이미 경기 분위기가 KIA 쪽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최민준이 호출됐다. 이미 KIA 타선은 한껏 달아오른 양상에서 고전했다. 홈런만 5방을 맞았다. 경기 흐름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기도 했다.

신인답게 씩씩하게 던졌다. 피해가지 않고 적극적인,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최민준도 당시를 떠올리며 “원 없이 던지고 내려간 것 같다”고 살짝 웃었다. 자신의 공을 다 던졌기에 후회는 없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성적표를 받아들였기에 보완해야 할 점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기도 했다.
“1군 첫 경기는 모두가 다 그런 것”이라는 위로를 수없이 받았다던 최민준은 당시의 악몽에서 이미 탈출한 상황이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9실점의 경험에서 얻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최민준은 “커브와 몸쪽 승부를 좀 더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커브는 고교 시절부터 프로급이라는 평가를 받은 최민준의 주무기다. 다만 프로에서 결정구로 쓰기 위해서는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경기 결과와는 별개로 이런 최민준의 평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올해 입단한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1군 무대를 밟았다. “고교 시절 완성도만 놓고 보면 1군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대로 성장한 셈이다. 빠른 공 구속도 140㎞ 남짓이었으나 이제는 최고 140㎞대 중반을 찍는다. 평균적으로도 14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더디지만, 꾸준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첫 1군 경기였는데 정말 자신감이 넘치는 투구를 보여줬다. 경기 결과를 떠나 투구에서 두려움을 찾을 수 없었다”고 칭찬하면서 “공의 스핀과 변화구 구사 능력 모두가 좋아 보였다. 패스트볼의 커맨드만 보완한다면 좋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민준을 자신의 ‘대기 리스트’에 넣었다.
그런 최민준은 24일 청소년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가 3이닝 동안 별다른 위기 없이 무실점을 기록했다. 1년 후배들과의 경기에서 ‘프로 경력’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자신도 모르게 한뼘 더 자란 기량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경기이기도 했다. 최민준의 데뷔전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