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마친 이동국의 얼굴은 어두웠다. 10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포를 기록했지만 팀은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K리그 1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하는 이동국은 전북의 승리를 우선 순위로 생각했다.
"정말 아쉽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숨을 고른 그는 "오늘 경기는 빨리 잊고 ACL 8강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이동국은 이날 득점 기록까지 더해 212골을 기록중이다. 대단한 성과다. 팀 내 득점 1위다. 감독이 아무리 강한 믿음을 보내더라도 1979년생으로 마흔이 된 공격수가 시즌 10골을 넣는다는 것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일이다.

이날 전북은 로테이션을 통해 경기를 펼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수비수 홍정호가 부상을 당하고 이재성이 퇴장 당하며 계획이 흔들렸다. 또 최강희 감독마저 갑작스럽게 퇴장을 당했다. 팀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동국도 힘이 들었지만 전방에서 계속 압박을 펼쳤다.
이동국은 "한 명이 없는 상황에서 힘들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문제가 있다. 경기 전에도 오늘은 모두 힘들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해줬다. 수적 열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라고 분을 삭히지 못했다.
신기록 작성을 축하했지만 얼굴은 밝지 않았다. 오히려 한 숨을 다시 쉬었다. 재차 질문하자 이동국은 ""기록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기쁘다. 공격수라면 득점에 대해서 집중을 하고 나 같은 기록을 꼭 깨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선수에 대해 묻자 이동국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기본적으로 다치지 않고 팀 내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동국은 "지난 10년간 감독님께서 정말 큰 믿음을 보내 주셨다. 그 믿음을 이겨내기 위해 더 노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0년 동안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몸 상태도 그대로 만들고 꾸준히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물론 좋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롱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철저하게 축구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최고인 선수가 아니다. 아직도 부족하다. 여전히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더운 날씨에도 이동국은 종아리 보호대와 운동화를 신고 경기장을 빠져 나간다. 슬리퍼를 신는 선수들과는 다르다. 몸 상태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종아리 보호대는 근육의 피로를 빨리 풀기 위해서고 운동화는 갑자기 생길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유다. 덥고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모두 가졌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이어진다. 일단 가장 첫번째 과제인 ACL 8강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는 팀 전체의 의지처럼 보였다.
한편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이동국은 벤투 감독에 대한 질문에는 "카타르 월드컵이면 마흔 넷이다. 후배들도 이야기는 했는데. 다시 준비해야 하나"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