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에 오른 9명 타자들의 연봉을 합치면 무려 76억2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연봉이 결과를 말해주지는 않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중간 단계인 실업야구 투수에게 참패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B조 첫 경기에서 대만에 고전한 끝에 1-2로 패했다.
불안감이 있었던 마운드와는 달리, 타선은 선동렬 감독도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였다. 최정과 박건우가 부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오히려 현 시점에서 감이 더 좋았던 이정후가 합류했고, 황재균은 경험이 풍부했다. 여기에 박병호 김현수 김재환 손아섭 양의지 등 라인업은 화려했다. 마운드의 불안감을 타선이 화끈한 공격력으로 지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첫 경기는 역시 쉽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돌입 후 이렇다 할 실전을 치르지 못해 감각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야수들은 “갑자기 빠른 공을 보게 되면 적응을 해야 하는데, 첫 경기인 대만과의 경기가 중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대만의 히든카드였던 사이드암 우셩펑(31)에게 호되게 당했다.
구속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지만 제구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 타자들이 생소한 선수에 적응하지 못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3회 안치홍이 겨우 첫 안타를 때렸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4회 김재환이 솔로홈런을 치며 1점을 따라갔으나 이후 기회도 놓치며 5회까지 1득점에 머물렀다.
우셩펑은 대만 프로리그 소속 선수가 아니다. 실업리그인 합작금고 소속이다. 객관적인 기량에서는 KBO 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어쩌면 1군 레벨이 아닌 선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 대표팀은 6회 우셩펑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좀처럼 시원한 공격을 보이지 못했다. 두 번째 투수인 좌완 왕종하오와 세 번째 투수 왕정하오 또한 실업야구리그 선수다. 그러나 대표팀 타자들이 철저히 묶였다.
여기에 유난히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공이 잘 뻗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역력했다. 심판 스트라이크 판정에서도 다소 손해를 봤다. 2회 김재환의 삼진은 바깥쪽으로 현격하게 빠지는 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김재환은 멀뚱히 지켜보며 삼진을 당했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현수 타석이나 박병호 타석 때도 스트라이크 존이 오락가락한 모습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자카르타(인도네시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