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집력이 실종된 대표팀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것은 김재환(30·두산)이었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B조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1-2 패배를 당했다.
예상 밖 패배였다. 이번 대표팀은 엔트리 전원을 프로 출신으로 구성하며 대회 3연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반면 대만은 실업 야구 선수가 주축을 이뤘다. 변수가 많은 야구라는 종목에서 쉽게 볼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질 상대도 아니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맞이한 첫 경기 대만전. 시작이 좋지 않았다. 1회초 선발 투수 양현종이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1회에 나온 만큼, 대표팀의 역전 가능성은 높았다. 더욱이 이번 대표팀의 타선은 그야말로 역대 타선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날 대표팀은 이정후(중견수) 안치홍(2루수) 김현수(좌익수) 박병호(1루수) 김재환(지명타자) 양의지(포수) 손아섭(우익수) 황재균(3루수) 김하성(유격수) 순서로 타선을 구성했다. 중심타자인 김현수(LG), 박병호(넥센), 김재환은 각 팀의 4번타자로 나서며 총 86개의 홈런을 합작했다. 또한 황재균을 제외하고는 리그에서 3할 이상을 때려내는 정교함을 과시했다.
많은 기대를 모은 타선이었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했고, 잘 맞은 공은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을 겪었다. 실업팀 야구 선수를 상대로 한국의 프로 선수들은 6안타를 뽑아내는데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물타선'에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도록 한 것은 김재환의 한 방이었다. 0-2로 지고 있던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김재환은 우익수 뒤로 넘어가는 홈런을 날렸다. 김재환의 국제대회 데뷔 첫 홈런.
마지막 타석에서도 김재환은 제 역할을 했다. 1-2로 지고 있던 9회말 다시 한 번 선두타자로 나선 김재환은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역전 찬스를 만들었다. 김재환은 박해민과 대주자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김재환이 만든 찬스를 빛을 보지 못했다.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았고, 한국은 1-2로 패배했다. '자카르타 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아쉬웠던 경기. 그나마 김재환의 한 방으로 대표팀은 조금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 / bellstop@osen.co.kr
[사진] 자카르타(인도네시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