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금메달 정혜림의 미소와 8위 김국영의 눈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8.27 05: 13

한국 단거리 육상이 아시안게임서 희망을 봤다.
여자 단거리 간판 정혜림(31, 광주시청)은 지난 26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선서 13초2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2전 3기였다. 정혜림은 이번 우승으로 아시안게임의 아픈 기억을 지웠다. 정혜림은 2010 광저우 대회서 예선 탈락했다. 4년 뒤 2014 인천 대회선 마지막 허들에 걸려 4위에 만족했다. 서른을 넘기고 꿈을 이뤄 더 극적이었다.

정혜림은 이연경의 광저우 대회 100m 허들 금메달 이후 8년 만에 한국 단거리 여자 육상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다음 목표는 이연경이 보유한 한국 신기록(13초00)이다. 정혜림은 "임신하는 꿈을 꿨는데 원하는 걸 이루는 길몽이더라"며 "메달 싸움 끝에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다음엔 한국 기록을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허들공주'에서 '아시아여제'로 거듭났다. 정혜림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아시안게임도 제패하며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 스프린터가 됐다. 정혜림은 "이제 공주는 부끄럽다. 아시아여제가 됐든 공주만 아니면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른 줄을 넘겨 더 안정적인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정혜림은 "경기 노하우가 생겼다. 일본 선수들과 경쟁하다 보니 두려움이 없어지고 경기 운영이 좋아졌다"고 비결을 밝혔다. "나도 똑같은 길을 걸어왔다. 비인기 종목이라 설움도 있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선배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먼저 도움을 구한다면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도 전했다.
정혜림의 마지막 목표는 2020 도쿄 올림픽이다. "너무 간절했다. 허들의 정혜림을 알리게 돼 더 기쁘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허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그는 "도쿄 올림픽이 마지막이다. 나이는 더 먹겠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다시 스파이크 끈을 동여맸다.
남자 단거리 간판 김국영(광주시청)은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봤다. 같은 날 열린 육상 남자 100m 결선서 10초26의 기록으로 8위에 올랐다. 개인 최고 기록인 10초07에 미치지 못했지만 세 번째 도전 만에 아시안게임 100m 결선행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동시에 한계도 절감했다. 우승자 쑤빙톈(중국)은 9초92로 아시안게임 기록을 쓰며 우승했다. 토신 오구노데(카타르)가 10초00으로 2위, 야마가타 료타(일본)도 사진 판독 끝에 3위를 했지만 10초0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국영은 "100m 한국 기록을 계속 깨왔지만 나만 강해지는 게 아닌 모두가 강해지고 있어 힘에 많이 부친다. 10년 가까이 간판으로 있으면서 많이 힘들었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김국영은 감정을 다스리고 한참 뒤에야 말을 이었다.
김국영은 "처음 한국 기록을 깨면서 부담이 됐지만 요즘은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있었다. 10년 가까이 한국 육상의 정상에 있으면서 나까지 포기하면 안되기 때문에 잘하고 싶어 노력을 했지만 잘 안되는 게 제일 힘들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국영은 아픔을 딛고 다시 달린다고 했다. "결선에 올라갔지만 8위를 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다 핑계다. 실력에서 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많은 꿈나무들이 지켜보고 응원을 하고 있다. 다시 힘을 내서 해야 한다"는 그는 "나마저 포기할 순 없으니 계속 부딪혀야 한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내가 도전을 해야 한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국영은 이번 대회 200m와 400m 혼성 계주에 나선다. 김국영은 "더 이를 갈고 해야 한다. 100m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명예회복을 다짐했다./dolyng@osen.co.kr
[사진] 믹스트존서 눈물을 흘리는 김국영(아래) /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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