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이길 자격이 있는 팀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이 대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B조 예선 대만전에 1-2로 졌다. 프로 7명, 실업 17명으로 이뤄져 한 수 아래로 여겨진 대만에 일격을 당했다.
야구는 꼴찌가 선두를 10번 맞붙어 적어도 3번은 이기는 경기다. 야구에서 이변은 종종 일어나지만 적어도 26일 밤 대만의 승리는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그만큼 준비 과정이 철저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대만이 아시안게임을 위해 준비를 정말 열심히, 많이 했다. 우리를 이길 자격이 있는 팀이다"며 "7월초부터 대만은 미국, 체코, 일본에서 연습경기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95~96마일짜리 빠른 볼 투수들을 상대하며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어 허구연 위원은 "예전 대만야구가 아니다. 한 방을 노리는 스윙을 안 한다. 3~5번 중심타자들이나 큰 스윙을 하지, 나머지 타자들은 짧게 스윙한다. 번트나 팀플레이를 잘한다"며 "수비도 엄청나게 연습했다. 워닝 트랙까지 외야 수비 위치를 깊게 잡은 것을 보면 우리 타자들에 대한 분석도 잘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대만은 선발 우셩펑(합작금고은행)-중간 왕종하오(대만전력)-마무리 왕정하오(합작금고은행) 등 3명의 투수 모두 실업리그 소속이었다. 선발 라인업도 9명 중 6명이 실업 선수들로 프로는 3명뿐. 실업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기본기나 조직력이 매우 탄탄했다. 투수들의 베이스 커버부터 내야진 움직임이 기민했다.
허 위원은 대만 실업야구에 대한 시각도 다르게 바라봤다. 허 위원은 "대만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는 어릴 때부터 미국 마이너리그로 간다. 대만프로야구가 (승부 조작 영향으로) 엉망이기 때문에 실력 있는 선수들도 불안한 프로보다 안정적인 실업야구에서 많이 뛴다. 실력이 없는 선수들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만 쉬순이 감독이 실업팁 합작금고은행 사령탑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허 위원은 "감독부터 선수까지 합작금고은행 소속이 많다. 감독이 자기 팀 선수들을 잘 알고 있고, 마음껏 경기를 운용했다. 팀플레이가 잘 된 데에는 그런 이유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만대표팀에는 합작금고은행 소속이 9명으로 가장 많다. 그 중 7명이 이날 한국전에 뛰었다.
비록 충격적인 패배로 시작했지만 아직 만회할 기회는 남아있다. 허 위원은 "사실 우리가 패할 전력은 아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국내 훈련 때부터 폭염에 지친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다"며 "첫 경기를 졌지만 전력으로 본다면 충분히 결승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너무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