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선발이 나오는 바람에…".
선동렬 한국야구대표팀은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아시안게임 B조 예선 대만전을 1-2로 패한 뒤 타선 침묵의 이유가 상대 선발투수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전체적인 전력 분석은 됐지만 '선발 우셩펑' 카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당초 대만의 선발투수는 우완 린화칭이 예상됐다. CPBL 라미고 몽키즈 소속 우완 투수인 그는 올해 12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5.64를 기록했다. 객관적인 성적은 뛰어나지 않지만 만 24세로 젊고, 프로 소속 투수 4명 중 유일한 선발 자원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당일 오더를 교환 후 마운드에 오른 대만 선발투수는 우셩펑이었다. 실업팀 합작금고은행 소속의 31세 사이드암 투수. 한국 타선은 예상 못한 우셩펑의 선발등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3회 1사에야 안치홍이 팀의 첫 안타를 쳤다.
크로스 스탠스로 꼬아 던지는 사이드암에 지저분한 볼끝까지,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에겐 낯선 유형이었다. 우셩펑은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2탈삼진 1실점 호투로 대만 승리를 이끌었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4회 김재환에게 내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사실 이날 우셩펑이 선발로 낙점된 데에는 한국전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셩펑은 지난해 10월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28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예선 한국전에 선발등판,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대만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한국을 3-2로 눌렀다.
대만 'ET투데이'는 이날 '우셩펑이 5이닝 1실점으로 대만 승리를 이끌며 영웅이 됐다. 중간급 선수 위주였던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전 5이닝 무실점으로 대만 승리를 이끌었고, 정예 선수들이 나온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을 꺾은 일등공신이 됐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ET투데이는 '대만과 한국은 2019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과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때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우셩펑이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앞으로 국제대회 때마다 한국 표적 선발이 될지도 모른다.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