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매일 악재가 쌓이고 있다. 대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금메달 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대표팀은 일부 선수들이 장염과 고열 증세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이 대회 도중 갑작스런 건강 이상을 겪는 것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병역 논란으로 인해 팬들의 박수보다는 비난 세례를 받아온 대표팀의 행보는 가시밭길이다.
한국은 B조 조별리그 첫 날인 지난 26일 대만에 1-2로 패배했다. KBO리그 올스타급 타자들이 대만의 실업야구 투수들에게 무기력하게 당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참사 이후 12년 만에 대만에 승리를 헌납했다.

27일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선 '유격수 황재균-3루수 안치홍'의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대표팀의 유격수 요원인 김하성과 오지환이 모두 장염으로 탈이 나면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투수 정우람까지 3명의 선수가 이날 야구장에도 나오지 못했고, 선수촌 의무실에 남아 수액을 맞는 등 치료에 전념했다.
승리가 당연했던 인도네시아에 15-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지만 대표팀은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선동렬 감독은 "갑자기 고열과 설사 때문에 선수촌에서 나오지 못해 걱정이다. 슈퍼라운드에 출장할 수 있을 지 아직 미지수"라고 밝혔다.
한국은 28일 홍콩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29일에는 하루 휴식을 갖는다. 30일부터 메달 색깔을 가리는 슈퍼 라운드가 열린다. A조의 1~2위가 유력한 일본과 중국을 모두 이겨야 결승 진출 기회가 생길 수 있다.
30일 일본전이 최대 분수령. 김하성과 오지환이 장염에서 회복해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황재균이 유격수, 안치홍이 3루수로 계속 출장해야 한다. 안치홍은 2009년 이후 9년 만에 3루수로 출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홍콩 등 약팀과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일본 상대로는 낯선 포지션에서의 수비가 걱정스럽다.
불안한 출발에다 주전 선수의 장염 이탈로 대표팀 사기는 축 처졌다. 출발부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대표팀은 대만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더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해 있다. 결국 정신력과 실력으로 만회해야 한다. 슈퍼 라운드에서 일본, 중국을 연파하고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역대급 악재를 비틀거리는 대표팀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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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