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선동렬호, 절실해진 '어게인 시드니' [AG]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8.08.28 10: 02

시드니의 반전이 절실해졌다. 
자카르타-할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야구 대표팀이 역대급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실상 군입대를 기피했던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을 발탁한 것이 결정타였다. 팬들은 "은메달을 기원한다"라는 말로 비난했다. 세상이 예전보다 훨씬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게다가 대표팀은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대만의 실업리그 3명의 투수들을 상대로 단 1득점에 그쳤다. 메이저리거 출신 3명을 포함한 초호화 타선이 맥없이 당하자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상황이 됐다. 지휘부의 경기 운영 능력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김하성, 정우람, 오지환이 고열과 설사를 동반하는 장염 증세로 경기에 출전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선수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전에서는 3루수 황재균이 유격수, 2루수 안치홍이 3루수로 뛰었다. 선발특혜 논란과 부살힌 경기력에 부상까지 겹치며 역대급 비판을 받고 있다.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올라가면 일본을 이겨야 결승행이 가능하다. 대만이 일본을 이기면 한국이 승자승2위로 결승에 진출한다. 반대로 일본이 대만을 이기면 세 팀이 동률이 된다. 이닝당 득점과 이닝당 실점을 따지는 TQB로 1~2위 결승 진출자를 가린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많은 욕을 먹는터라 팀 분위기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선수들이 인도네시아전 대승을 계기로 "모든 것을 다 잊고 전승을 하자"고 일치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반전의 희망도 보이고 있다. 야구대표 역사에서도 벼랑끝 위기에서 반전의 메달을 거머쥔 사례가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대표팀이었다. 김응룡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첫 경기 이탈리아를 10-2로 눌렀으나 호주, 쿠바, 미국에게 잇따라 패해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첫 드림팀을 구성해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으나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남은 3경기에서 한 경기만 지면 탈락이었다.  
더욱이 일부 선수들이 시드니 시내의 유명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겼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와 충격을 안겨주었다. 자숙해야 할 선수들의 일탈 행위에 국민적인 분노가 들끓었다. 공교롭게도 선수들은 이때부터 승승장구했다. 네덜란드에 이어 난적 일본, 남아공화국을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는 잠수함 투수 정대현의 호투로 미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심판의 오심에 막혀 2-3으로 패해 결승행이 좌절됐다. 그러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내세운 일본을 구대성의 완투를 앞세워 3-1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두 번이나 숙적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따내자 다시 대표팀에 박수가 쏟아졌다. 
위기에서 동메달 반전으로 이끈 것은 당시 선수들이 반성을 하고 하나의 팀으로 모였기 때문이었다. 자카르타 대표팀도 따가운 시선에 많이 위축이 되겠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슈퍼라운드 일본전이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이다. 금메달만이 국민들의 노여움을 조금이라도 풀어 줄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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