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숨겨진 보석 조형우가 28일 신보 'WHERE'를 발표한다. 'ASMR 같은 음악', '편하게 듣기 좋은 이지리스닝'을 조준하고 나온 이번 앨범은 마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BGM을 듣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디지털 싱글 '꿈꾸는 잉여' 이후 1년만의 신곡이자, 2014년 첫 솔로앨범 'HIM' 이후 4년만의 미니앨범인만큼 그 소감도 남다르다. 4년간의 공백기 무색하게 조형우는 그동안 바빴고, 끊임없이 음악했으며, 많이 성장했다. 다음은 조형우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의 신보다.

-내 이름으로 내는 앨범은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롭다.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걸 다 해서 기분이 좋다.
◆한 곡을 제외하면 전곡 자작곡에 프로듀싱까지 참여했다.
-어릴 때 썼던 곡부터 최근 활동한 곡까지 모두 모았다. 사실 누군가로부터 곡을 받아서 컴백할 기회는 있었지만, 그 때 곡을 들으면서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관성 있는 느낌으로 내가 직접 한 번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직접 만든 앨범인만큼 만족도도 높겠다.
-누군가는 '내 취향 아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꽤 만족스럽다. 이 앨범이 '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애착이 있다. 이번 앨범을 통해 '가수 조형우'의 1막이 마무리되고, 그 다음부턴 음악적으로 좀 더 신선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 무리수를 두지 않는 선에서 신스를 추가한다든가 하는.
◆4년 만의 미니앨범이다. 방송활동 적었던 만큼 공백기가 더욱 길게 느껴졌는데.
-지난 4년간 '가수 조형우'의 활동은 부족했다. 하지만 OST에 참여하고 광고음악도 입봉했다. '썬칩' 광고의 음악을 내가 직접 만들었다. 공연도 데뷔 때보다 훨씬 더 많이 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벌이는 오히려 더 괜찮았다. 하하. 하지만 다들 오랜만에 음반을 냈다고 말하니 반성하게 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줄 몰랐다. 계속 음악을 하고 있었으니까.

◆타이틀곡 '후회'는 어떤 노래인가.
-가수로 데뷔하기 전 썼던 노래다. 가장 날 것의 내 음악이라 보면 된다. 피아노에 보컬 하나만 얹은 노래고, 아마추어 느낌이 나지 않게끔 마지막 수정 과정을 거쳤다. 자극적인 노래도 아니고, 트렌디한 노래도 아니지만 편하게 듣기 좋다.
◆이번 앨범 'WHERE'은 어떻게 듣는게 좋을까.
-이 음악을 어떠한 방법으로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이거 쩔어!', '어마어마한 노래야!' 이런 것 없이, 재밌게 열심히 만들었으니 편안하게 들어줬으면 한다. 사실 나는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도 있고,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도 있다. 좋게 보면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고 나쁘게 보면 어중간하다. 그래서 어떤 이미지나 콘셉트를 강요하려 하지 않는다. 앨범에도 내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냥 편안하게 들어주길 바라는거다. 요즘 기획력 강한 가수들과는 그 부분이 차별점이 될 것 같다.
◆오디션 출연 당시 '교회 오빠',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가 유효해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도 있다. 오디션을 할 때 '착해보인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오히려 그게 내 콤플렉스였다. '선하다'와 '착해보인다'는 다르지 않나. 나는 마냥 착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사람인데 그 이미지 때문에 거짓으로 사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난 그 사이 음악적으로 성장을 거쳤고, 발라드에 한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할 생각이다. 오래 음악할 것이고, 끝까지 버틸 것이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조형우는 미스틱의 또 다른 남성 솔로가수 에디킴·박재정과 어떻게 다른가.
-내가 좀 더 편안한 느낌이지 않나? 나는 카페에서 나오는 BGM 같은, ASMR같은 노래를 한다. 그리고 '잡기'에 능하다. 작곡도 하고, 광고 음악도 하고, 영상 편집에도 관심이 많다. 요리도 나름 잘 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하.

◆남성 솔로가수의 득세가 확실히 어려워졌다. 차트 역주행만이 살 길이 됐다.
-차트 역주행 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다. 멜로망스, 폴킴 등과 꾸준히 교류하는데, 이들은 어떻게 음악을 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던 친구들이다. 그 해답은 꾸준한 음악이었다. 역주행을 한 친구들은 역주행을 할 때까지 버티며 자신의 음악을 열심히 쌓아올린 사람들이다.
◆조형우 역시 좋은 음악을 쌓아올리는 과정에 있는 것인가.
-나 역시 5년, 10년씩 좋은 음악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에 있다. 뒷심을 쌓고 있달까.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좋은 음악을 빠른 시간에 아카이빙하는 방법을 구축했다. 어쿠스틱 음악의 경우 힙합이나 알앤비와 달리 앨범 제작시 녹음 과정이 복잡해서 앨범 하나 내기가 힘들다. 나는 그 과정을 간소화 시키는 걸 고민했고, 외부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이 과정에 성공했다. 앞으로 더 자주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소속사 수장 윤종신이 한 말 처럼 현재의 음원차트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나는 내 자리에서 꾸준히 좋은 음악을 할 것이다. 그럴 자신도 있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더 있나.
-내 앨범을 냈고, 공연도 하고, 광고 음악도 입봉했고, 작곡을 하며, 현재 번역 일도 하고 있다. 요즘은 나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커버 영상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회사와 얘기 해보려 한다. 조금만 용기가 더 생긴다면 팟캐스트도 만들고 싶다. 언젠가는 도끼나 제이팍처럼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크루를 만들어 음악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가수를 평생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수만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윤종신이 대단하다. 예능을 촬영하고, 스케줄에 임한 뒤 작업실에서 곡을 쓰는 등 완벽하게 분업해서 생활한다. 나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계획도 많고 고민도 많고, 추진력도 좋아보인다.
-'이 다음에 뭘 할까', 이게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가수를 하다가 대충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누군가는 성우로, 또 예능으로, 유튜브로, 작곡으로, 번역으로 살 길을 찾아놨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끝까지 음악하며 버티기 위해서 다른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미스틱도 조형우의 이런 야망을 알고 있나.
-우리 회사 분들도 내가 이런 야망을 가지고 있는줄 모를 것이다. 내가 살면서 이걸 이뤄나가는 걸 보여드릴 수 밖에 없다. 하하.
◆마지막 질문이다. 이번 신곡 '후회'를 듣고 대중이 어떤 평을 해주길 바라나.
-'이 노래 좋다'라는 평이면 족하다. 이 앨범은 그 반응을 얻고 싶다는 데서 시작했다.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찾고, 이 앨범을 들은 사람들이 '아, 이 노래 부른 사람이 조형우였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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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