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과 주지훈이 '암수살인'으로 첫 스크린 호흡을 맞춘다. 이들이 보여줄 범죄실화극은 어떤 모습일까.
28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김태균 감독을 비롯해 주연을 맡은 김윤석, 주지훈이 참석했다.
'암수살인'은 2010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토대로,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태오(주지훈 분)와 그의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 형민(김윤석 분)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이다.

감옥 속에서 퍼즐처럼 추가 살인의 단서를 흘리며 형사를 도발하는 살인범과, 실체도 없고 실적과 고과에 도움되지 않는 사건을 쫓고 있는 형사. 범인 검거보다 이미 잡힌 범인의 자백에 따라 피해자와 사건 자체를 찾아야 하는 '암수살인'은 한국 범죄 장르 사상 가장 어려운 미션을 따라가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김태균 감독은 "'암수살인'은 범죄가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해결되지 않은 범죄를 의미하는 용어다. 아마 한국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다루는 소재인 것 같다"고 얘기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감독은 "2012년 한 사건에 대해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다음날 무작정 부산으로 취재를 하려고 내려갔다. 형사님을 돌직구로 찾아뵙고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형사님의 일상 속 삶부터 모든 정보원들을 만나고 트리트먼트를 썼고, 시나리오로 발전시켰다. 이후 6년 동안 영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제작보고회까지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얘기했다.

김윤석은 살인범 태오의 진술만 믿고 마약수사대에서 낯선 형사과로 전출을 자처, 동료 형사들 사이에서도 외면 받으며 신원도 모르고 시체도 찾을 수 없는 피해자들을 추적해가는 집념의 형사 형민을 연기했다. '추격자' '극비수사' 등 그간 선보였던 형사 캐릭터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암수 사건을 향한 집념,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완성된 인간미 가득한 형사로 돌아온 김윤석이 어떤 얼굴로 관객을 만날지 기대되고 있다.
김윤석은 "실화 소재를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굉장한 밀도와 리얼리티가 깔려 있어서 탄탄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형사 역할을 몇 번 했는데, 이번 영화 속 형사는 가장 바람직한, 마음에 드는 형사의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암수살인' 속 형사는 사건의 접근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형사의 모습은 처음이다. 범인의 초점이 아닌, 피해자를 초점에 놓고 사건에 풀어나간다. 그 모습이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할 덕목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시리즈 연속 쌍천만을 기록한 '신과함께'와 '공작'으로 개성 있는 연기력은 물론, 흥행력까지 과시한 주지훈은 살인범 강태오로 분해 강렬한 변신을 선보인다. 태오는 살인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형민을 콕 집어 오직 그에게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추가 살인 자백을 늘어놓는 인물이다. 선악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이미지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온 주지훈은 살인마의 통념을 깨는 태오 역으로 관객들을 다시 놀라게 할 전망이다.
주지훈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실화라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내가 맡은 역할이 정말 치밀하고, 어떤 부분은 잘 읽히지 않더라. '이게 실화인가?' 계속 생각했다. 실화가 주는 이야기의 힘이, 흡입력이 높더라. 여러가지 의미로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며 작품의 첫 느낌을 언급했다.

서울 토박이임에도 부산 사투리를 소화한 주지훈은 "사투리라는 장벽이 컸다. 열심히 하면 될줄 알았는데 부산말이 거의 외국어 수준이더라. 규칙이 없고 불규칙적이었다. 촬영 전 몇 달을 매일 연습했다.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님이 제작자라서 매일 만났고, 따로 연습했다. 현장에서도 1시간 씩 리허설을 했다. 김태균 감독님과 곽경택 감독님이 분석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주지훈의 사투리 연기에 대해 선배 김윤석은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 경상도 사투리가 가장 어렵다고 얘기한다. 그걸 범처럼 달려 들어서 소화했다. 극 중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횡설수설에 가까울 정도로 현란한 말을 쓰는데, 그걸 사투리로 표현했다. 굉장히 어려웠을텐데, 굉장한 몰입을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노메이크업 및 삭발로 변신한 주지훈은 "첫날 스타일과 상황에 맞게 정하고 촬영장을 갔는데 카메라 앞에 서보니 느낌이 안 살더라. 애초에 삭발을 하기로 했는데 타이밍이 당겨졌다. 감독님과 2시간 정도 상의를 마친 끝에 분장 차에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전부 바꾸고 첫 촬영에 임했다. 그날 사투리까지 신경 쓰느라 고된 시간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암수살인'으로 첫 호흡을 맞춘 김윤석과 주지훈은 밀도 높은 심리전을 통해 쫄깃할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주지훈은 "후배로서 김윤석 선배님과 꼭 한 번 연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 번 연기를 해보니 큰 거목 같은 버팀목이 돼주셨다. 극 중 부산 사투리가 나오는데, 선배님이 워낙 능통하셔서 디테일도 잡아주셨다. 현장에서 선배님과 마주하면 긴장감이 저절로 올라왔다. 나도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윤석은 "주지훈의 드라마를 기억하는 게 있는데 '마왕'이다. 이번에 우리 영화에도 범인인데 순진한 표정이 숨겨져 있다. 그걸 넘나드는 배우로는 주지훈이 적역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지훈이 앞으로 다양한 영화를 만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지훈은 "선배님 작품을 보면서 자라왔고, '천하장사 마돈나'를 영화관에 보러가서 처음으로 스크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교과서 같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훈훈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MC 박경림은 서로 편하게 호칭을 해보라고 요구했고, 주지훈은 김윤석을 향해 "윤석이 형 사랑합니다", 김윤석은 주지훈을 향해 "이제 술 그만 마셔"라고 조언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감독은 "두 배우의 연기를 가장 먼저 봤는데, 연기 호흡이 예술이었다"며 만족했다.
김윤석은 관객들을 향해 "어쩌면 형사물이 가장 쉽게 만들 수도 있는 장르인데, 일반 영화라면 범인을 체포하면 끝나는데, 이 영화는 그 이후를 다룬다. 범인을 체포했다고 영화가 끝나는 게 아니다. 피해자를 다 밝혀내야 온전히 끝나는 것이다.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며 포인트를 언급했다.
김태균 감독은 "단순히 형사, 살인범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은 이야기로 머무르면 좋겠다. 더 투영되고 확장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암수살인'은 오는 10월 초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