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은 간절함...악몽 딛고 첫 金 쏜 양궁 男 컴파운드[AG]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8.28 16: 53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양궁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다. 대표팀이 악몽을 딛고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최용희(34) 홍성호(21) 김종호(24, 이상 현대제철)로 구성된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 붕 카르노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컴파운드 단체전 결승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인도를 꺾었다.
한국은 4엔드까지 인도와 229-229로 동점을 이룬 뒤 3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까지 돌입했다. 당초 인도에 2점 뒤졌지만 홍성호의 9점 화살 2발이 10점으로 판독돼 기사회생했다. 운명의 슛오프서 두 팀 모두 10점 2발, 9점 1발을 기록, X텐에 좀더 가까운 화살을 쏜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4년 인천 대회서 인도에 내줬던 금메달을 빼앗아 왔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틀어 한국 컴파운드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또한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과 함께 나란히 시상대 맨 꼭대기 위에 서며 두 배의 기쁨을 더했다.
앞서 혼성전서 은메달을 땄던 김종호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마지막까지 악착같이 하고 서로를 믿어서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은메달의 아쉬움을 극복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봤던 (장)혜진이 누나와 (오)진혁이 형이 '네가 강하게 더 잘해야 된다'고 조언을 해줬다"는 김종호는 "솔직히 분하고 억울해서 잠도 엄청 설쳤다. 주변에서 모두 좋은 말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 힘을 내 끝까지 악착같이 할 수 있었다"고 금메달 비결을 밝혔다.
드라마 같은 역전 금메달 과정에 대해서는 "진짜 신이 있다면 '어제 그렇게 괴롭혔으니 오늘은 잘 풀리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마지막까지 엄청 괴롭혔다. 속으로 '제발'이라고 기도했던 게 역전승까지 이어졌다"고 하늘에 고마움을 표했다.
'맏형' 최용희는 "길게는 4년 동안 준비했고 짧게는 올해 초부터 아시안게임만 바라보며 훈련했다. 인천 때는 은메달을 따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이번엔 동생들과 금메달을 따서 더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4년 전 인도에 당한 패배를 설욕한 최용희는 "순간 순간 4년 전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동점되는 순간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기도했다. 하늘이 그 뜻을 알고 기회를 줬고, 4년 전의 악몽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졌다"고 웃었다.
마음씨도 맏형다웠다. 동생들에게 공을 돌렸다. "동생들이 든든하게 받쳐줬다. 예선부터 16강 8강 4강 나보다 훨씬 더 잘 쐈다. 동생들 덕분에 같이 활을 쏠 수 있었다."
마지막 세트서 9점 화살 2발이 10점이 돼 극적인 슛오프 승부를 이끈 홍성호는 "아시안게임 첫 참가다. 후회하지 않은 경기를 하기 위해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결과가 다행히 좋게 나와 기쁘다"며 "마지막 세트 때 진 줄 알고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동점으로 슛오프에 들어가서 너무 기분이 좋아 눈물이 났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dolyng@osen.co.kr
[사진] 김종호-최용희-홍성호(이상 좌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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