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기운도 이긴 이정후, 안 뽑았으면 어쩔 뻔 [AG]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8.29 06: 05

이정후가 없었으면 아시안게임 야구는 어떻게 됐을까. 대체선수로 승선했지만 대체 불가 활약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6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당시 선동렬 감독은 "외야에서 박건우가 유일한 오른손 타자다. 좌익수 김현수, 우익수 손아섭이 있어 중견수에 오른손 타자가 하나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이정후를 마지막에 뺐다. 나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건우가 이달 초 옆구리 부상을 당해 3~4주 재활 진단을 받았고, 선동렬 감독은 대체 선수로 이정후를 고민 없이 뽑았다. 선 감독은 "지금 이정후가 타격 1위다. 후반기에 가장 좋은 선수다. 왼손 타자이지만 왼손 투수에도 강점이 있다"고 기대했고, 아시안게임 시작 이후 리드오프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만전에서 5회 우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3타수 1안타 1볼넷 멀티 출루 경기를 펼쳤다. 27일 인도네시아전에도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1볼넷 1희생플라이로 순도 높은 활약을 이어간 이정후는 28일 홍콩전에서 홈런 2개 포함 7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3경기 연속 멀티 출루. 
3경기 총 성적은 12타수 7안타 타율 5할8푼3리 2홈런 6타점 5득점 2볼넷. 절정의 타격감으로 대표팀 공격의 선봉에 섰다. 
특히 의외로 고전하며 콜드게임에 실패한 홍콩전에서 이정후의 존재가 빛났다. 1회 첫 타석에서 2루 내야 안타로 포문을 연 이정후는 4회 우익수 키 넘어가는 2루타로 타점을 하나 올렸다. 6회에는 우측 담장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쳤다. 9회에도 우월 솔로포로 멀티 홈런을 장식했다.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가 모자란 특급 활약으로 한국의 21-3 승리를 이끌었다. 
놀라운 건 이날 이정후에게 장염 기운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정우람·오지환·김하성이 장염 및 고열 증세로 선수촌에서 수액을 맞은 대표팀에는 장염 주의보가 떨어졌다. 이정후도 홍콩전 당일 아침 장염 기운을 느꼈다. 그는 "사실 아침부터 화장실을 많이 갔다 와서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뜨거운 타격감이 장염 기운마저 덮었다. 이정후는 "오히려 힘이 빠져서 공이 잘 맞은 것 같다"며 여유를 보였다. 그만큼 집중도 했다. 그는 "상대가 약체이긴 해도 집중력을 잃으면 안 될 것 같다. 지금 우리 팀이 편하게 할 사황은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해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9일 하루 휴식을 가진 뒤 30일 일본을 상대로 슈퍼라운드를 갖는다. 대만전 패배 여파로 슈퍼라운드 2경기 중 1경기라도 지면 결승 진출 좌절이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일본과 두 번 만나 모두 패한 이정후로선 일본전을 맞이하는 의지가 남다르다. 그는 "한 번이라도 지면 탈락이다. 이판사판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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