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무너지면 몸 전체가 망가지기 마련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오후 6시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서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전을 벌인다.
한국은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혈투 끝에 4-3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해트트릭에 이어 연장 후반 결승골로 연결된 페널티킥까지 얻어내며 진땀승을 이끌었다.
명과 암이 공존했다. 한국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와 공격형 미드필더인 황인범(아산)을 제외하고는 내내 코어가 흔들렸다.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백, 골키퍼까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중원에서 궂은 일을 도맡던 장윤호(전북)가 전반 22분 만에 부상으로 나간 이후 몸의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왕성한 활동량에 수비력과 패싱력까지 갖춘 장윤호가 빠지자 공수 밸런스를 잃었다.
장윤호의 파트너였던 이승모(광주)는 수 차례 패스 미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장윤호를 대신한 이진현(포항)도 공격에 비해 수비적인 역할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1차 저지선이 뚫리자 뒷마당도 흔들렸다.
이란전서 활약했던 센터백 황현수(서울)는 말레이시아전의 실수를 되풀이했다. 1-0으로 앞선 전반 17분 치명적인 실수로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후반 10분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알리바예프의 슈팅이 황현수의 몸에 맞고 들어갔다.
골문도 흔들렸다. 송범근(전북)이 와일드 카드 수문장 조현우(대구)의 부상 공백을 메웠지만 안정감이 부족했다. 2-1로 리드하던 후반 8분 섣부른 판단 미스로 골문을 비우고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각도가 없는 곳에서 가랑이 사이로 슈팅을 허용해 동점골을 내줬다.
불안정한 척추는 김학범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설상가상 우즈벡전 부상으로 목발을 짚은 장윤호는 베트남전 출전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조현우의 출격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코어의 핵심 자원들 없이 결승행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남은 이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다면 동료와 협력 플레이로 부족함을 메워야 한다. 다행히 말레이시아, 우즈벡전서 예방주사를 맞았다. 코어가 흔들리면 어떤 팀을 상대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doly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