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 조국 대한민국은 넘지 못했다 [한국-베트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8.29 19: 52

박항서 매직이 '조국' 대한민국을 넘지 못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한국에 1-3으로 졌다. 8강까지 아시안게임 5전 전승 기세로 결승 진출을 꿈꾼 박항서 감독이지만 조국에 가로막혀 꿈을 접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촘촘한 밀집 수비에 이은 역습이 베트남 컬러로 자리 잡았다.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5경기에서 8골을 넣는 동안 1골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8강 시리아전에선 시종일관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연장 후반 역습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을 아시안게임 사상 첫 4강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은 준결승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을 만났다. 태어나고 자란 조국과 대결을 앞두고 박항서 감독은 "내 조국은 한국이고, 조국을 너무 사랑한다"면서도 "지금 난 베트남 감독이다.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임무를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경기장에선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는 베트남 국민들의 피켓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베트남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가슴에 손을 얹은 박항서 감독은 절친한 김학범 감독과 반갑게 포옹도 나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박항서 감독은 응우옌 콩 푸엉, 응우옌 반 토안 등 주전 공격수들을 빼고 시작했다. 전반을 수비로 최대한 버틴 뒤 후반에 역습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황의조·손흥민·황희찬·이승우를 전원 선발 투입한 한국의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전반 7분 이승우가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라 베트남에 대회 첫 실점을 안겼다. 
박항서 감독은 첫 골을 내준 뒤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달아오른 한국 기세를 꺾지 못했다. 전반 28분 손흥민의 스루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1대1 상황을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하며 2-0으로 달아났다. 후반 15분 이승우가 두 번째 골을 넣으며 베트남의 사기를 추격 의지를 꺾었다. 베트남은 후반 25분 쩐민브엉이 프리킥으로 한 골을 냈지만 이미 승부의 추가 넘어간 뒤였다. 
비록 결승 진출과 금메달 꿈은 좌절됐지만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지난 1월 2018 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준우승을 이룬 데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4강 신화를 쓴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 축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waw@osen.co.kr
[사진] 보고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