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자존심 살린 김학범호, 선동렬호도 가능할까 [AG]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8.30 05: 49

"감독님을 위해 뛰자".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준결승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3-1로 누르며 결승에 올랐다. 경기 후 한국 선수들은 약속한 듯 김학범 감독 이름을 말했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대결에서 이겨 김학범 감독 자존심을 세워주기로 작정한 듯했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를 앞두고 미팅 때부터 후배들에게 "감독님을 위해 간절하게 뛰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멀티 골을 넣은 이승우도 "김학범 감독님을 위해 뛰고 싶었다. 우리를 결승까지 이끌어주신 분이다. 베트남 박항서 감독님과 한국 감독 매치였기 때문에 오늘은 감독님을 위해 뛰자고 한마음 된 것이 승리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김학범호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 과정부터 '인맥축구'로 논란을 샀다. 예선에선 약체 말레이시아에 1-2로 덜미를 잡히며 꽃길을 두고 가시밭길로 향했다. 황희찬은 골 결정력 부재뿐만 아니라 실종된 매너, 세리머니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전 골키퍼 조현우마저 왼쪽 무릎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온갖 악재 속에서도 8강에서 우승 후보 우즈베키스탄을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꺾었고, 준결승전에서 박항서 매직으로 분위기를 탄 베트남도 누르며 결승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김학범 감독의 리더십이 빛났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섣부른 로테이션 실패를 인정하며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당시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로테이션을 너무 일찍 썼다. 국민들게 죄송하다. 나 스스로 반성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과거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했지만 이번엔 선수들에게 먼저 농담을 건네며 최대한 편하게 뛸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선수들이 '감독님을 위해' 뛴 이유다. 
이렇게 아시안게임 축구는 김학범 감독을 중심으로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는 어떻게 될까. 축구처럼 야구도 지금 위기에 있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군미필 선수들을 뽑아 잡음을 자초했고, 첫 경기 대만전에서 실업 투수들에 1득점으로 막혀 1-2로 졌다. 약체 홍콩전도 콜드게임에 실패한 졸전으로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축구처럼 야구에도 아직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슈퍼 라운드에서 일본과 중국을 모두 잡으면 결승 진출 길이 열린다. 단, 축구처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키는 역시 선동렬 감독이 쥐고 있다. 위축된 선수들을 일으켜 세우며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표팀 분위기를 보면 그렇지 않다. 만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에 와일드카드 3명이 추가된 축구는 매 경기가 대등한 전력으로 싸운다. 반면 한국을 제외하면 전부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한 야구는 '금메달을 따도 본전'이다. 그런 중압감이 선수들을 짓누른다. 거센 비난과 질타에 선수들은 움츠러들었지만 선동렬 감독은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선동렬 감독은 "선수들이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모든 플레이가 경직돼 있다"며 "나로서는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것밖에 없다.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기가 갖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연 야구도 축구처럼 '감독을 위해 싸우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질까.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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