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한국 군대에 들어간다(SON HEUNG MIN JOINS KOREAN ARMY)'.
한국과 베트남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이 열린 29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 아시안게임 사상 첫 4강 진출에 성공한 베트남 팬들의 열기가 경기 전 장외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베트남 응원석은 박항서 감독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사랑으로 가득했다.
그 와중에 눈에 확 띄는 베트남 팬들이 있었으니 바로 손흥민(26·토트넘)의 '군복 합성사진' 피켓이었다. 한 베트남 남성 관중은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군복을 입은 사진에 손흥민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피켓으로 만들었다. '손흥민은 한국 군대에 들어간다'는 도발적인 문구까지 새겨넣었다.

이 남성은 "손흥민은 세계적인 선수다. 병역 문제도 잘 알고 있다"며 "오늘 우리(베트남)가 이기고, 손흥민은 군대에 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결승 진출을 응원하면서 손흥민의 군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꿰차고 있을 만큼 손흥민의 병역 문제는 세계 축구에서 큰 관심거리다.
미국 'USA투데이'는 29일 '프리미어리그(EPL) 스타 손흥민이 이번주 금메달을 따거나 혹은 군 입대에 직면한다'며 '입대하면 21개월 공백이 불가피하다. 전성기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에겐 잔인한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더 선'도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향후 2년 내로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외 거주로 만 27세까지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손흥민에겐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 혜택이 가능한 마지막 기회다. 아니면 독일에서 8년을 지낸 만큼 5년 이상 체류한 사람에 주어지는 영주권을 신청해 만 37세까지 병역을 미룰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국민적으로 민감한 병역 기피, 편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간절하고 절실하다. 이날 베트남 관중들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황의조에게 원톱 자리를 넘겨준 뒤 2선 중앙에 위치한 손흥민은 개인 골 욕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의 살림꾼 역할을 했다. 전반 28분에는 날카로운 스루 패스로 황의조의 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나 말고 골 넣을 선수들이 많다. 내가 뒤로 내려오며 공간을 열어준 게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영리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의조의 골 감각이 워낙 좋다. 패스만 줘도 골을 넣는 상황이라 난 어느 포지션에서 뛰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학범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은 득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신적 지주이고, 팀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선수다. 미드필드뿐 아니라 좌우 측면, 스트라이커 등 어느 자리든 소화할 수 있다. 개의치 않고 기용할 수 있는 선수"라고 신뢰했다.
손흥민은 "여기까지 왔는데 (우승) 못하면 바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간절하다"며 내달 1일 결승 일본전 승리와 금메달을 다짐했다. 이제 1경기만 더 이기면 손흥민은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waw@osen.co.kr
[사진] 보고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