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패배,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결과일 것이다. 일본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지만, 그 후폭풍을 생각하면 일본에 절대 패해서는 안 된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30일 오후 2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GBK 야구장에서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승리한다면, 결승 진출이 거의 확정적이다. 31일 중국 상대로 패하지 않는다면.
그러나 일본에 패한다면, 결승 진출은 좌절이다. 조별리그에서 실업야구 선수가 다수였던 대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데다, 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까지 패한다는 것은 최악이다. 상상하기 싫지만 2006년 '도하 참사'에 이은 12년 만에 '대참사'가 된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당분간 거센 비난과 조롱을 받는 것은 물론 앞으로 KBO리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서 KBO리그를 중단하고, 프로 최정예 선수로 대표팀을 꾸렸다. 과거에는 아마추어 선수 1명을 포함했지만, 이번에는 24명 모두 프로 선수다. 최강 전력을 만들기 위해 아마추어를 위한다는 명분마저 저버렸다. 프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위해 KBO가 주도적으로 나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해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할 것이다.
또 대만, 일본에 연거푸 패할 경우는 KBO리그 거품론에 불을 당기게 될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115억원의 김현수, 연봉 20억원이 넘는 양현종,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박병호 등 몸값이 10~25억원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KBO리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전체 시장이 점점 성장해 왔다. 그러나 리그 규모에 비해 선수들의 몸값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비대해졌다. FA 시장에서 A급 선수들은 연평균 20억~30억원 몸값을 받는다. 변수가 많은 단기전이라고 하지만, 대만과 일본에 패배하는 것은 KBO리그 스타 선수들의 거품, 민낯을 들춰내게 할 것이다.
KBO는 12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일본에 연거푸 패하며 동메달에 그친 후 국제 규격(10인치)에 맞게 마운드 높이를 낮추고, 공인구와 스트라이크존 등에 변화를 줬다. 극심한 '타고투저'인 KBO리그에서 3할 타자는 넘친다. 팀 타율은 역대 최고에 가깝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대만 실업투수들에게 9이닝 1득점에 그치고, 홍콩 투수의 110km 느린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였다. 12년 전 처럼 타고투저를 누그러뜨릴 인위적인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선수 시절 '국보급 스타'였던 선동렬 대표팀 감독의 향후 거취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선 감독은 지난해 7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2018 아시안게임을 거쳐 2020 올림픽 메달이 최종 목표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일본에까지 진다면, 전임 감독의 입지는 흔들릴 수 있다.
선동렬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에게 한일전은 금메달을 향한 결승 진출 이상의 많은 것이 달려 있는 경기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