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주 득점원인 스코어러의 역할, 그리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수습까지 팀 코리아의 '주장' 임영희(38)는 스스로 품격을 증명했다.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4강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89-66으로 승리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코리아는 조별 예선에서 대만에 85-87로 패한 것을 완벽하게 설욕하며 금메달을 노리게 됐다.
코리아는 1쿼터,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내외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공간을 창출하고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로숙영과 김한별, 임영희, 박혜진이 고르게 득점에 가담했다. 1쿼터는 코리아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2쿼터 초반, 코리아는 삐걱였다. 3-2 지역방어가 처음에는 힘을 발휘하는 듯 했지만 대만도 심기일전하면서 움직임으로 코리아의 공간을 파고들었다. WNBA 리그 소화 이후 뒤늦게 합류한 박지수가 투입되고 다소 손발이 안맞는 듯했다. 공격에서도 이전과 달리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이 둔해졌다.
대만에 연달아 3점포를 허용하며 지역방어는 소용이 없어졌고, 공격에서도 답답한 흐름이었다. 약 5분 여 동안 득점이 없었다. 코리아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졌고, 11점 까지 앞서던 경기가 35-33, 2점 차까지 좁혀졌다.
이 때 코트에는 주장인 임영희가 없었다. 코트 안에서 경기를 조율해 줄 선수가 없던 것도 어수선한 흐름에 한 몫했다. 결국 이문규 감독은 임영희를 다시 투입해야 했다. 그리고 임영희는 어수선한 흐름을 단숨에 정리했다.
잉염희가 투입되자 답답한 공격을 조율하고 물꼬를 틔웠고, 대만의 앞선 라인에 대한 수비도 다시 탄탄해졌다. 임영희의 존재감은 단숨에 발휘됐다.
35점에 묶여있던 흐름을 깨뜨린 것이 임영희였다. 임영희는 베이스라인 돌파를 통해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코리아는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미들 레인지 게임을 완벽하게 해냈다. 백발백중이었던 중거리 슛까지 더해졌다. 2점 차까지 쫓겼지만 임영희가 분위기를 제대로 수습을 한 덕분에 전반을 종료했을 때 점수 차는 다시 50-35, 15점 차까지 벌어졌다.
결국 임영희가 수습한 분위기가 경기 내내 이어졌다. 2쿼터를 극복한 코리아는 3쿼터와 4쿼터, 대만을 압도하면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임영희는 17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주장의 품격을 과시했다. /jhrae@osen.co.kr
[사진]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