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아이러니, 느린 공 못 치고 빠른 공 친다 [AG]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8.30 18: 02

타격감이 바닥에서 올라온 것일까. 낯선 느린 공보다 빠른 140km대 공이 더 치기 좋아서일까.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5-1로 승리했다. 결승 진출을 사실상 예약했다. 
경기를 앞두고 걱정이 컸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충격패를 당한 한국은 일본에 반드시 승리해야만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프로 정예들이 총출동한 대표팀은 전원 사회인 야구 선수인 일본 대표팀을 이겨야 본전인 처지. 만에 하나 패배하면 결승 진출 실패라는 부담감을 안고 나서야 했다. 또 한국, 대만, 일본 3팀이 2승1패 동률이 될 경우를 대비해서 2점 이상 승리해야 안심할 수 있다.

대표팀 투수가 일본 타자를 잘 봉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실망을 안겨준 타자들의 타격감이 살아나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대표팀 타선은 대만의 실업투수 우셩펑 상대로 5이닝 1득점에 그쳤다. 사이드암 투수의 130km대 공에 무기력했다. 홍콩의 좌완 선발 영쿤힌의 구속은 110km를 넘는 느린 공이었으나 5회까지 5득점에 그치며 콜드게임에 실패했다.
이날 일본 선발 사다케는 사회인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해 온 베테랑 투수였다. 140km 중반의 직구, 130km대 포크볼 그리고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백스윙이 짧은 독특한 투구폼까지 지녀 공략하기 까다롭다는 우려도 있었다. 지난 21일 지바 롯데 2군과의 마지막 연습 경기에서 4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한국전에 등판해 3-0으로 앞선 9회 마무리 투수로 나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대표팀의 김하성, 박병호, 황재균은 다케의 직구, 커브 등을 때려 홈런 3방을 터뜨렸다. 5회까지 사다케 상대로 11안타를 때려 5점을 뽑으며 강판시켰다. 
110km, 130km대 느린 공의 투수를 시원하게 공략하지 못했던 대표팀 타자들은 140km 중반 제구력이 좋다는, 일본 프로에서 뛸 실력도 갖췄다는 사다케의 공을 가장 잘 공략했다. KBO리그에서 익숙한 볼 스피드, 변화구를 구사하는 사다케 상대로 가장 최적화된 타격을 보여줬다. 
대표팀 선수들은 일주일 남짓 합숙 훈련을 하면서 연습 경기를 갖지 않았다. 대만과의 첫 경기에 실전 감각이 무딘 상황에서 만만하면서 낯선 사이드암 투수 공에 말렸을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벼랑 끝에 몰린 일본전에서는 필승의 각오로 상대 선발을 무난하게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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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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