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기분 좋다. 결승 갔다는 사실만으로 기분 좋다. 결승 무대를 밟아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됐다."
담담한 결승 소감이었지만 말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결승 이후 8년만에 스타크래프트1 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쥔 이제동은 팬들에 대한 송구함을 전하면서 결승 진출 소감을 시작했다.
이제동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12층 문화관에서 열린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KSL) 시즌1' 정윤종과 4강전서 4-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이제동은 8년전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결승 이후 8년만에 다시 스타1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이제동은 "프로게이머를 한 경력이 오래됐고, 그동안 큰 무대를 밟아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스타2를 끝내고 스타1을 다시 시작하면서 많은 팬 분들이 생각해주시던 '폭군' 이제동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스러웠다"면서 "사실 많이 내려놓은 상태였다. 최근 들어 다시 열심히 하면서 아직 만족하지 못하지만 옛날 50~60% 정도 하는 느낌이 든다. 예전의 독기있던 모습을 가져보려고 한다. 찾으려고 노력한다. 결과가 결승까지 가서 감회가 새롭다. 이제는 이번 결승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고 결승 진출 소감을 전했다.
1990년생인 이제동은 솔직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전하면서 그동안의 어려웠던 사정을 설명했다. 특히 경기 준비에 따른 심적 부담과 함께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냉정함 사이에서 왔던 심리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전했다.
"대회에 더 나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기다. 솔직하게 몸이 힘들어서 대회가 버거웠다. 한 게임 한 게임 준비하는게 쉽지 않다. 경기력을 신경써야 하는데 그러면 준비하기 쉽지 않고, 팬 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ASL 챔피언 정윤종은 '택신' 김택용의 군 입대 이후 가장 강력한 현역 프로토스. 실제로 이번 KSL에서도 16강 진영화 변현제 8강 도재욱 등 쟁쟁한 프로토스 선수들을 상대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4강까지 올라왔다.
그런 정윤종을 상대로 이제동의 선택은 선 스포닝풀 전략. 변수를 만들 수 있는 확장 전략이 아닌 안정적인 스포닝풀을 먼저 가져가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으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정)윤종이가 개인적으로 김택용 이후 가장 잘하는 프로토스라고 생각한다. 실력적으로 최고의 프로토스다. 그렇게 인정을 하고 준비를 하니 심리적인 점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안전하게 스포닝풀을 먼저 시작했고, 안정적으로 하면서 경기도 이길 수 있었다
1세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세트를 이기면 투혼이 프로토스에게 좋은 맵이다.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투혼 블루스톰 폴라리스가 토스가 좋다. 1, 2세트를 이기면서 편하게 경기를 했다. 이제는 역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고 해서 잘 통했다."
덧붙여서 이제동은 프로토스와 저그의 상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결과는 좋지만 평소에 게임을 할 때는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건 팬 분들이 프로토스전이 약하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그 때도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대회때는 자신감을 가졌다. 상성은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그 상성으로 심리적인 우위를 가지는게 저그"라고 설명했다.
내달 8일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리는 결승전 상대에 대해 묻자 그는 "김민철 김성현 두 선수 모두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저그대 테란 결승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누가 이기던 크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승에 오르기 까지 많은 역경이 있었다. 연습을 하기 쉽지 않았다. 장윤철 변현제 선수가 연습을 잘 도와줬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친구들과 지인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다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1주일전에 아버지 생신이셨는데 가보지를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동은 "그동안 기다려주신 팬 분들께 감사하낟는 말을 하고 싶다. 결승까지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실망도 하셨을 것 같고, 지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결승 무대 마지막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