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4번타자다. 크고 작은 논란과 악재에도 핑계가 없었다. 후회와 반성을 먼저 말했다.
박병호에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쉽지 않은 무대다. 예선 첫 경기 대만전에서 4타수 1안타로 물러났다. 3타석이나 주자를 루상에 두고 범타로 물러났다. 박병호가 침묵하자 한국도 대만 실업 투수들에게 1득점으로 막혀 1-2 충격패를 당했다.
약체 인도네시아전에서도 박병호는 5회 중월 2루타를 쳤지만 앞선 타석에서 삼진 1개 포함 무안타로 침묵했다. 인도네시아 투수들에게 유일하게 삼진을 당한 타자였다. 하지만 홍콩전에서 마지막 타석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2볼넷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30일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박병호의 진가가 발휘됐다. 수비가 시작이었다. 0-0으로 맞선 2회 2사 2루, 마츠모토 모모타로의 1~2루 사이 가르는 타구에 몸을 날렸다. 공을 잡은 뒤 1루 커버를 들어온 최원태에게 토스하며 실점 위기를 막았다. 김하성은 "병호형이 다이빙캐치를 해줘서 선수단이 분위기를 탔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3회 1사 후 김하성이 0의 침묵을 깨는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박병호도 2사 후 중월 솔로포를 폭발했다. 홍콩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 4회 좌전 안타, 5회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일본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후 박병호는 "지난 경기에 대해 나부터 많은 후회, 반성을 했다. 더 이상 후회와 반성이 남는 경기가 나오면 안 된다"며 "경기 전 선수들끼리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했다. 선수들부터 코칭스태프까지 한마음으로 준비가 잘 돼 경기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대회 초반 박병호는 넓은 스트라이크존, 상대의 느린 볼에 고전했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이게 좀 어렵다. 빠른 볼은 치면서 느린 볼을 못 치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선수들이 타이밍에서 애를 먹는 게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핑계는 없었다. 박병호는 "중요한 순간 볼인데 스트라이크로 판정나면 힘이 빠진다. 하지만 우리가 수비를 할 때도 넓게 잡아준다. 핑계를 대선 안 될 것 같다"며 "볼을 던질 때 몰리는 공을 치겠다"고 말했다. 변명과 핑계 대신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