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화제다. 백종원 이름 뒤에 골목식당이 붙었으니 당연히 맛집이나 먹방 프로 아닐까 싶었는데 천만에 말씀. 제대로된 식당과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요리 전도사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식당들은 천당과 지옥을 맛보는 중이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냐"는 시청자 질타를 받거나 "많이 좋아졌네. 가볼만 하겠다"는 칭찬을 받거나, 둘 중 하나다. 이 프로에 출연을 결심한 식당 주인들 모두가 후자의 천당행을 택할 것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외로 전자에 속해서 세상 욕이란 욕은 다 먹는 식당주나 요리사들도 꽤 등장한다. '골목식당'만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9일 방송 편에서는 대전 골목 식당들의 충격적인 첫 점검 현장이 공개됐다. 관련 기사의 댓글 분위기는 "아니 이런 주방 환경에서 요리된 음식을 어떻게 파냐"는 아우성 일색이었다.

골목식당 7번째 장소는 대전 중앙시장 내의 청년구단. 백종원은 "여기(대전 중앙시장)는 청년몰이 쌩뚱맞은 곳에 위치해 있다. 1층 한복집, 건물도 노후되어 있고 찾기도 힘들다. 최악이다"라며 방송 시작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청년구단 편에는 초밥집, 20대 커플주인의 버거집, 브로맨스 덮밥집, 수제 막걸릿집, 양식집 등이 출연했다.
드디어 시작된 점심 장사 관찰. 손님이 몰려들 런치 피크타임이 됐지만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늘 자신만만한 백종원조차 "이걸(청년구단의 상권) 어떻게 살려"라고 두 손을 번쩍 들 정도. 오후 12시 30분에 첫 손님이 도착했고 점심 장사를 끝낼 때까지 최종 두 명의 손님만이 방문했다.

'골목식당'의 핵심은 여기부터다. 백종원이 출연 식당의 맛, 위생 평가 등을 진단하는 시간. 첫번째 주문한 '버거집' 햄버거와 치킨을 먹고 그는 "어우 짜, 패티에서 소고기냄새 확 난다"라고 혹평했다. 치킨은 "덜 익었다. 닭 혈관이 완전히 익어서 까맣게 나와야하는데 빨갛다"라고 했다. '골목식당' 출연자들이 맛집 홍보가 아닌 자신의 치부부터 먼저 드러내는 게 이 프로의 시발점이고 이같은 문제들을 백종원이 고쳐나가는 게 핵심 기획 의도다.
이 과정에서 백종원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개선하는 식당주들도 많지만 엉뚱하게 자기 고집만으로 가르침을 무시하고 딴 길로 가는 경우도 종중 발생한다. 시청자는 분노하고 가슴 답답해지는 고구마를 마구마구 먹게 되는 순간이다. 어쩌겠는가. 기존의 홍보용 맛집 프로들과 차별화된 '골목식당' 입장에선 감수해야할 부작용이고 후유증인걸.
특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외식 자영업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위생 개선과 서비스 의식이다. 당장 이번 회에서 버거집은 유통기한 지난 빵을 사용하고 냉동 패티를 끼워 팔았다. 햄버거 패티는 신선한 빵에 그때 그때 구운 패티를 사용해야 맛있는 게 진리다. 버거집 사장은 "빵을 받자마자 냉동해서 쓸 때마다 해동한다"고 했지만 백종원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두번째 점검한 초밥집은 상황이 더 나빴다. 백종원의 주문은 모둠 초밥과 알탕. 초밥집 사장은 알탕 뚝배기 그릇을 꺼내 육수가 아닌 수돗물을 붓고 끓이는 모습부터 충격. 음식 만들 물로 손을 씻고 조리용 숟가락에는 녹이 슬었다. 백종원은 "한 번 간을 본 숟가락으로 또 음식 간을 보다니 절대 안된다. 손님이 먹을 음식에 입을 대면 어떻게 하냐"고 황당해 했다.
'골목식당'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큰 프로다. 식당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와 교훈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맛집이란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바로 잡아야 탄생할 수 있다는 기본을 가르치는 중이다. /mcgwire@osen.co.kr
[사진]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