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28·현대모비스)의 특별귀화가 없었다면 한국의 동메달도 없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리아에서 개최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3,4위전에서 대만을 89-81로 물리쳤다. 2연패에 실패한 한국은 동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가 빠진 대만은 애초에 한국의 상대가 아니었다. 라건아가 골밑을 지키면서 한국은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이날 라건아는 40분을 모두 뛰면서 37점, 17리바운드를 기록해 이승현(2점, 15리바운드, 8어시스트)과 함께 동메달 획득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허재 감독은 걱정이 많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오세근, 김종규, 이종현 센터진 세 명이 모두 줄부상을 당했다. 그나마 믿을 구석은 라건아였다. 지난 1월 체육분야 우수인재로 특별귀화 승인을 받은 라건아는 한국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지고 있다.
라건아와 이승현이 지키는 골밑은 수준급이었다. 다만 라건아가 빠졌을 때 대안이 전무했다. 허재 감독은 매 경기 라건아를 거의 풀타임 출전시켰다. 라건아는 불과 귀화 6개월 만에 한국에 없어서는 큰일 날 존재가 됐다. 지나치게 공수에서 라건아에게 의존하다보니 한국은 특유의 팀 컬러를 잃었다. 모든 선수들이 라건아만 쳐다보는 상황도 자주 나왔다.
라건아는 이란과의 준결승에서도 37점, 12리바운드로 원맨쇼를 펼쳤다. 하메드 하다디(23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4블록슛)의 압도적인 높이에 막힌 한국의 유일한 득점루트는 라건아 하나였다. 허재 감독은 위기에서 결국 라건아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을 펼친 끝에 졸전을 면치 못했다.
2연패를 노렸던 한국은 준결승에서 이란에게 68-80으로 무너져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그나마 한국이 동메달이라도 따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라건아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