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김학범호의 와일드 카드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에게 꼭 어울리는 문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밤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서 일본과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했다. 연장 전반 3분 이승우의 천금 선제골과 연장 전반 11분 황희찬의 결승골을 더해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2연패 역사를 썼다. 1970년 방콕(버마와 공동우승), 1978년 방콕(북한과 공동우승),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통산 5번째이자 2회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이란과 함께 나눠가졌던 역대 최다(4회) 우승국 칭호도 독차지했다. 두 차례 원정 공동우승을 넘어 사상 첫 원정 단독우승의 영예도 누렸다.

황의조는 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근거 없는 인맥 선발 논란에 시달렸다. 김학범 감독이 성남 시절 지도했던 '애제자' 황의조를 와일드 카드(23세 초과)로 발탁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의 컨디션이 아주 좋다. K리그 때보다 몸놀림이 좋아졌다"며 "황의조에게 기대하는 건 득점"이라고 밝혔지만 팬들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황의조는 이 모든 논란을 월등한 기량으로 해소했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7경기에 모두 출전해 9골을 뽑아냈다. 득점랭킹 2위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5골, 우즈벡)에게 4골 앞서며 압도적인 최다득점 1위를 차지했다.
황의조는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했다. 남자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최초로 단일 국제대회서 두 번의 해트트릭(바레인, 우즈벡)을 달성했다. 또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서 황선홍(11골)이 세운 한국 선수 최다골 기록에 2골 차로 다가서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치러진 사상 첫 한일전 결승에서도 맹활약했다. 골이 없었음에도 빛났다. 때로는 전방에서 볼을 지켜주고, 측면으로 넓게 벌려 공간을 만들고, 찬스가 왔을 땐 확실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황의조의 시작은 어두웠지만 마지막은 환한 미소로 끝났다./dolyng@osen.co.kr

[사진] 보고르(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