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나가고 상대를 괴롭혔다. 이정후(20·넥센)가 한국 야구 10년을 짊어진 리드오프로서의 자질을 한껏 뽐냈다.
이정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추가 합격자'다. 6월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대표팀 코칭 스태프의 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끝내 승선하지 못했다. 좌타자 일색 외야진에서 우타자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박건우(두산)이 옆구리 부상으로 빠지면서 이정후는 8월 대체 선수로 엔트리에 승선했다.
자격은 충분했다. 올 시즌 부상이 있어서 많은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83경기에서 타율 3할7푼8리로 리그 1위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좌타자임에도 좌투수 상대로 타율 3할9푼8리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타자의 필요성을 지웠다. 선동렬 감독은 "후반기 가장 좋은 선수인 것 같다"라며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마음을 돌렸다.

이정후의 발탁은 대표팀의 역사를 사실상 바꿔놨다. 리드오프로 낙점받은 이정후는 끊임없이 중심 타선 앞에 밥상을 차렸다. 이번 대회 치른 6경기에서 이정후는 타율 4할1푼7리(24타수 10안타) 7타점 6득점으로 리드오프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높은 타율도 타율이지만, 한 경기 몰아친 것이 아닌 6경기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하면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톱타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주루 센스도 돋보였다. 지난달 26일 대만과의 예선 1차전에서는 첫 타석 볼넷으로 출루한 이정후는 후속타자 안치홍이 1루수 땅볼 때 수비수가 1루 베이스를 터치하는 것을 보자 곧바로 1루로 돌아가 병살을 면하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이정후는 안정감을 보여줬다. 특히 홍콩전에서는 직선타 타구를 몸을 날리며 기술적으로 잡아냈다. 그야말로 공·수·주를 넘나는 완벽한 활약이었다.
이정후는 올해로 프로 입단 2년 차다. 1998년 생으로 갓 스물을 넘긴 나이인 만큼 이정후가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기간은 충분하다. 한국 야구로서는 10년 이상을 이끌 '리드오프'를 발견한 셈이다. 금메달과 함께 '미래'를 보면서 선동렬호는 한층 더 든든하게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