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김민식 PD가 말한 #파업 #MBC 정상화 #52시간 근무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9.03 14: 48

맨 앞에 서서 MBC 정상화를 외쳤던 김민식 PD. 그는 이제 파업을 위한 머리띠를 내려놓고, 메가폰을 잡아 7년 만에 ‘이별이 떠났다’라는 드라마를 연출하게 됐다. 오랜만에 일선에 복귀한 김민식 PD에게 과감하게 ‘파업 이후’ 지금의 MBC를 물었다. 
김민식 PD는 MBC 로비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이를 SNS로 생중계해 일약 ‘파업 요정’으로 떠올랐던 파업의 아이콘이다. 지난해 MBC 총파업 당시, ‘파업 콘서트’의 진행자도 바로 김민식 PD였다. 선봉장에서 ‘정상화’를 외쳤던 김민식 PD는 7년 만에 일선으로 돌아와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를 무사히 마쳤다. 드라마 종영 후, OSEN과 만난 김 PD에게 지난 7년의 일을 물었다. 김 PD는 “솔직하게 말하면 너무나 어이없던 짓이었다”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 같은 코미디 드라마 PD가 경영진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일이 있나. 심지어 MBC에서 가장 부족한 인원이 드라마PD다. 드라마 대본이 있어도 연출할 사람이 없었다. 그럴 때 마다 내가 손을 들었지만, 안 시켜줬다. 광고를 벌어다주는 드라마를 하겠다는데 그걸 안 시키는 거다. 말이 안 됐다. 내가 정의감이 뛰어나서 분개한 게 아니다. 나는 일 시키면 넙죽 일 할 사람인데.(웃음) 그럼에도 나는 일선에서 배제가 됐고, 왜 내가 몇 년 째 일을 못하는지를 경영진에 묻고 싶어서 로비에서 그렇게 외친 거다. 내게서 꿈과 즐거움이었던 연출을 뺏어간 이유를 묻고 싶었다.”

김 PD에게 ‘파업 요정’과 같은 이미지가 드라마 PD인 그에게 부담스럽진 않느냐 물었다. 애초에 그가 ‘이별이 떠났다’를 맡게 됐을 때에도 ‘김민식 PD의 7년만 복귀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기도 했다. 김민식 PD 또한 “되게 부담스러웠다”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안 눌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나는 고르고 골랐을 거고, 연출 복귀를 못 했을 것이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내가 그런 부담감에 계속 눌렸다면, 직장인들의 애환, 갑과 을의 이야기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하기 위해 골랐을 것이다. 복귀를 하는 순간, 사람들이 내게 거는 기대를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담감은 빨리 깨야 한다. 그건(파업을 했던 건)개인적인 과거였고, 이젠 드라마 PD로 살아가야 한다. 드라마 PD는 단지 작가의 글을 전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MBC 정상화를 외쳤던 김민식 PD에게 그렇다면 지금의 MBC는 어떻게 보느냐 물었다. 총파업 후 1년이 지난 MBC는 아직까지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김민식 PD는 가만히 생각한 끝에 “최근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중에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 산불이 난 이야기로 지금의 MBC를 대변하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 담배꽁초 때문에 화재가 나 전체의 30%가 타버릴 만큼 엄청나게 난리가 났다. 그 때문에 미국에 100여 년 만의 최고 가뭄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MBC를 보며 ‘담배꽁초를 버린 사람’을 찾으려 하지만, 나는 지금은 화재 이후 ‘100여 년 만의 최고 가뭄’을 바라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 MBC가 정상화는 됐지만, 아직 성과가 좋고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MBC가 특별히 못하고 있다기보다 지금의 미디어 산업 지형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김민식 PD는 최근의 다양해진 플랫폼, 폭 넓어진 무료화 등으로 MBC를 비롯한 많은 채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무료로 볼 수 있는 플랫폼들이 늘고, 이제 더 이상 지상파 3사 광고가 아니라도 광고할 곳이 많아진 광고주들의 상황 등이 모두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김 PD는 말했다. 지금의 MBC는 다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그 너머를 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김 PD는 힘주어 말했다.
“산불 이야기로 계속 예를 들어보겠다. 화재가 났을 때 사람들이 ‘다 망했다’고 했는데, 정작 30년 뒤에 사람들은 산불이 났던 것도 기억을 못했다. 지역 경제도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화재 이후 새로운 나무들이 나오면서 더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고 한다. 그처럼, MBC가 지금 당장 콘텐츠가 주목을 못 받고, 수익이 안 난다고 해서 너무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달라진 환경에서 괴로워만 말고, 이 안에서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면 된다.”
김 PD는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52시간 근로기준법 변경 이슈를 들었다. 최근 52시간 근로기준법이 생기면서, 드라마 환경도 많은 변화를 맞았다. 김민식 PD 또한 ‘이별이 떠났다’를 만들면서 변한 근로기준법을 신경 썼다고. 밤 촬영이 많고, 시간적 제한이 있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아직까지 52시간 근무는 꿈과 같은 일이지만, 이를 MBC가 해냈으면 한다고 김민식 PD는 소신을 전했다.
“사실 52시간 근무법에 모든 방송인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MBC도 방송사이고, 사람을 고용하는 조직이다.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52시간 근무 제도는 분명 새로운 트렌드를 가져올 텐데 MBC가 이를 선도하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걸 하는 게 보람 있지 않나. 나 또한 내년에 52시간 근로제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에 도전할 것이다.”
 
‘MBC맨’으로 살아온 김민식 PD에게 MBC는 슬픔도 환희도 안겨준 애증의 존재였다. 그런 김민식 PD는 이제 지난 7년간의 설움을 털고 다시 드라마 PD로 달리게 됐다. 김 PD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쓰레기 같은 상황을 만나도 이를 버리지 않고 안고 살지 않나. 나 또한 그랬다. 진작 떠나보냈어야 했다”며 웃었다. 김 PD는 “그래서 ‘이별이 떠났다’로 나도 힘들었던 과거를 떠나보냈다. 이젠 회사에 폐 안끼치고 무난하게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웃음) 내년에는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오고 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yjh0304@osen.co.kr
[사진] OSEN DB,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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