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김민식PD “‘이별이 떠났다’로 7년의 고통 떠나보냈다”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9.03 09: 48

한때 ‘파업요정’이었던 김민식 PD. 그가 7년 만에 드라마 연출로 돌아왔다. 그의 복귀작 ‘이별이 떠났다’는 김민식 PD에게도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떠나보내는 시간”이었다며 김 PD는 복귀 소감을 드러냈다.
김민식 PD는 MBC 파업의 선봉장 역할을 한 인물로, 7년간 MBC에서 드라마 연출직에서 배제됐다가 지난 달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로 복귀했다. ‘이별이 떠났다’는 채시라, 조보아, 정혜영의 열연과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생이 바뀐 여성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김 PD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드라마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작가의 힘’이라며 소재원 작가에 공을 돌렸다. 이번 드라마가 소재원 작가의 첫 드라마임에도 그 어떤 ‘경력직’보다 훌륭하게 드라마 대본을 써냈다는 게 김민식 PD의 말이었다. 김 PD는 “소재원 작가는 약자를 색다른 시선으로 보는 능력이 있다”고 감탄했다.

“소재원 작가가 드라마 경력이 없기 때문에 대본 속도가 어떻고, 집필 스타일이 어떤지 하는 데이터가 전무했다. 그래서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신인 작가들이 후반부에 힘에 부쳐 속도가 느려져 초실시간이 되는 경우도 몇몇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한 작품의 소설을 써냈던 소 작가의 경력을 믿었다. 특히 대본에서 ‘공부 진짜 많이 했구나’가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바라보는 작가로서의 능력이 최고였다. 영화 ‘소원’을 보며 많이 느꼈다. 약자들이 위기를 맞는 과정이 아닌,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그려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남자인 소재원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임신을 한 여성들의 고민과 마음을 섬세하게 대변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김민식 PD는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김 PD는 소재원 작가와 더불어 ‘이별이 떠났다’에 몇 안 되는 또 하나의 남자, 이성재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이성재는 두집살림을 하며 채시라와 정혜영을 모두 고통에 빠뜨린 ‘허세 남편’ 한상진 역을 맡았다. 
“이성재가 맡은 한상직 캐릭터가 진짜 욕을 많이 먹었다. 이성재에 그래서 진짜 고마웠다. 바람피우는 역할도 힘들었겠지만, ‘이별이 떠났다’ 속에서 코믹과 허세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이성재는 처음에 나에게 그런 한상진의 태도가 이해가 안 간다며 ‘감이 안 잡힌다’고 솔직히 말해줬다. 하지만 내 생각에 드라마에서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구석이 한상진의 허세였다. 그래서 힘들어도 코믹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이성재 또한 내 주문을 충실하게 소화해줬다.”
본래 ‘논스톱’ 등을 연출하며 코미디를 했던 김민식 PD에게 ‘신라의 달밤’, ‘주유소 습격 사건’으로 사랑 받은 이성재는 ‘꿈의 배우’였다. 그는 “내가 시트콤 할 때 이성재를 보며 ‘저런 배우들과 하면 얼마나 해피할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루게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완벽한 캐스팅, 완벽한 대본으로 복귀한 김민식 PD에게 그럼 이번 연출 점수를 몇 점이나 줄 수 있겠냐는 짓궂은 질문을 했다. 김 PD는 “80점”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스스로는 75, 80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에 합류할 때 생각했던 것들은 다 했다. 올해 고2가 된 큰 딸은 ‘내 주변에서 그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7년 만에 복귀한 나로서는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웃음) 제 또래의 여성시청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했다. 다행히 담당 CP나 제작진도 나와 방향성이 같았다. CP가 중간점검 회의를 할 때 시청률을 안 물어보더라. 내게 ‘좋은 드라마로 사람들에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물론 좀 더 (시청률을)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은 아쉽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다 만족스러웠다.”
한때 ‘MBC 파업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파업의 아이콘이 됐던 김민식 PD에게 ‘이별이 떠났다’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드라마 연출을 하지 못했던 지난 7년의 세월을 떠올리며 “덜 괴로우려고 노력했다. 드라마를 안 하는 게 괴로움이라면 저들의 뜻처럼 되는 것이니 드라마를 하지 않는 걸 징벌이 아닌 상으로 생각하기로 했고, 그 사이 책도 내고 많이 놀았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7년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 많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꾸준히 글을 쓰며 ‘루틴한 삶’의 중요성도 배웠다. 처음엔 이 대본을 보고 주변에서 괜찮겠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나의 그동안의 우울함이 극중의 주인공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 또한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7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떠나보냈다. 이제는 코미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종방연 때에도 ‘로맨틱 코미디 선언’을 했다.(웃음) 이 드라마를 통해 상처를 많이 치유했다.”(Oh!커피 한 잔③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OSEN DB, MB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