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이별이떠났다“ 김민식 PD에게 채시라란 ”믿음의 땅“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9.03 07: 18

‘이별이 떠났다’로 7년 만에 드라마 연출로 복귀한 김민식 PD가 완벽 캐스팅 비법에 대해 “7년을 놀았기 때문”이라며 특유의 유쾌함을 드러냈다.
지난 달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는 50대와 20대, 기혼과 미혼 등 너무나도 다른 두 여자의 동거를 통해 남편의 애인과의 갈등, 결혼과 임신으로 '나'를 내려놓게 되는 현실 등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채시라, 조보아, 정혜영 등의 혼신의 연기로 완성된 ‘이별이 떠났다’는 시청률을 떠나 많은 호평을 받으며 종영을 했다.
김민식 PD는 이 작품으로 무려 7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게 됐다. 그는 MBC 총파업의 선봉장에 섰던 인물로, 오랫동안 현직에서 배제됐다가 MBC 김장겸 전 사장이 물러난 후 현직으로 복귀해 ‘이별이 떠났다’로 시청자에 오랜만에 인사를 하게 됐다. 최근 OSEN과 만난 김민식 PD는 “모든 결핍 뒤에는 즐거움이 오지 않나. 이런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 늘 즐거웠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유연이로 나온 아역 신비가 세트 촬영이 있는 날이면 약속된 대본리딩 시간보다 항상 30분쯤 일찍 와 있다. 나 또한 일찍 도착했는데 신비가 날 보자마자 ”감독님“이라며 뛰어오더라. 아이는 속일 수 없지 않나. 만약 아이가 정말 나를 반가워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뛰어왔을까. 그걸 보니 신비 또한 현장을 즐기고 있구나 싶었다. 이렇게 ‘현장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돼 다행이었고 나 또한 기뻤다.”
이 작품으로 배우 채시라 또한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채시라를 향한 ‘팬밍아웃’을 하며 그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던 김 PD. 작품을 끝내고 나니 그는 더욱 채시라를 향한 믿음을 굳힌 듯 했다. 채시라가 맡은 서영희라는 캐릭터가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해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번뇌하는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채시라였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고. 
“사실 소재원 작가가 드라마로서는 신인 작가여서 대본이 나오는 속도가 어떤지 알지 못했고, 종영이 있는 8월에는 52시간 근로기준법 변경 이슈가 있어 여러 모로 종영까지 변동 가능성이 많았다. 하지만 채시라가 작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작품에 대한 ‘계산’이 머릿속에 그려지더라. 채시라라면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소 작가가 대본을 정말 빨리 써줬고, 채시라는 ‘진짜 고수구나’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기했다. 그야말로 채시라는 ‘믿음의 땅’이었다.”
 
하룻밤의 실수로 가정이 있는 남자의 딸을 가지고, 그 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독해지는 김세영 역을 맡은 정혜영은 김민식 PD가 고마워하는 또 다른 배우다. 사실 채시라, 이성재, 정혜영이 맡은 캐릭터들의 관계성 때문에 ‘이별이 떠났다’는 불륜 이슈로 막장 오해를 받기도 했다. 김민식 PD는 “흔하지만 화가 나고, 아슬아슬하게 이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불륜 이슈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도 “그래서 사실은 정혜영에 처음엔 미안했다”고 말했다.
“김세영 캐릭터는 욕도 많이 먹고, 머리채도 잡히는 그런 인물이다. 나는 김세영 역할을 고민하며 딱 하나, 실제로 아이 엄마인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세영은 아이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해야 했음에도, 아이를 향한 사랑만으로 버텨야 하는 캐릭터였다. 시청자들도 배우를 엄마로서 봐주길 바랐다. 아이 때문에 저 인물이 저렇게까지 변했다는 걸 정혜영이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
김 PD는 “보통 드라마에서 한 두 명 구멍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구멍’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행복했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한 명 정도는 키우고 싶었다”는 마음으로 캐스팅한 김준영도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크게 성장했고, 채시라의 아버지로 대배우 최불암까지 등장시켰다. 이쯤 되면 100% 이상의 캐스팅인 것 같다는 말에 김민식 PD는 “그게 다 내가 7년을 놀아서 그런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꾸준히 활동하면 이른바 ‘사단’이 만들어지지 않나. 나는 7년간 한 게 하나도 없어서 그런 게 없었다. 일부러 전에 작업했던 사람들을 배제한 건 아니지만, 과연 7년 전 내 선택들이 최고일까를 되물으며 작정하고 배우들을 뽑았다. 남식, 아인 역의 유수빈, 오하늬 또한 하루에 20명 이상 오디션을 보며 뽑은 배우들이다. 오랜만에 현장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내 스스로에 자신이 없어 막내 연출부터 조연출, 제작사 대표까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구했는데, 오히려 그 덕에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었다.”(Oh!커피 한 잔②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OSEN DB,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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