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창조의 시작과 끝엔 김학범(58) 감독의 소신과 믿음이 있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한국시간) 밤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서 일본과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했다. 연장 전반 3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천금 선제골과 연장 전반 11분 황희찬(함부르크)의 결승골을 더해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었다. 김학범호는 아시안게임 사상 첫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970년 방콕(버마와 공동우승), 1978년 방콕(북한과 공동우승),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란과 함께 나눠가졌던 역대 최다(4회) 우승국 칭호도 독차지했다. 두 차례 원정 공동우승을 넘어 첫 원정 단독우승의 전리품도 안았다.

'수장' 김학범 감독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대회 시작 전부터 근거 없는 비판에 시달렸지만 끝까지 소신을 지켰다. 시작은 '애제자'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와일드 카드 선발이었다. 일부 팬들은 '인맥 발탁'이라며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를 궁지로 몰아세웠다.
김학범 감독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황의조의 컨디션이 아주 좋다. K리그 때보다 몸놀림이 좋아졌다. 황의조에게 기대하는 건 득점"이라며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황의조도 수장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번 대회 7경기에 모두 출전해 9골을 뽑아냈다. 득점랭킹 2위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5골, 우즈벡)에게 4골 앞서며 압도적인 최다득점 1위를 차지했다.
황의조는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했다. 남자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최초로 단일 국제대회서 두 번의 해트트릭(바레인, 우즈벡)을 달성했다. 또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서 황선홍(11골)이 세운 한국 선수 최다골 기록에 2골 차로 다가서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김학범 감독의 변치 않는 신뢰가 없었다면 '정통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재발견도 없었을 것이다.
금메달로 이끈 '결승전 결승골' 주인공 황희찬도 김학범 감독의 믿음이 만든 결과물이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서 '악수 거부'와 '쉿 세리머니' 등 갖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황희찬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꾸준히 출전 시간을 부여하며 스스로 꼬인 실타래를 풀게 했다.

결자해지였다. 황희찬은 금메달 주역이 되며 그간의 논란을 말끔히 해소했다. 황희찬은 이날 한국이 1-0 살얼음 리드를 걷던 연장 전반 11분 손흥민의 크로스를 천금 헤더로 마무리했다. 한국이 연장 후반 일본에 만회골을 내주면서 황희찬의 골은 더욱 값진 결승골이 됐다.
김학범 감독의 소신과 믿음이 아시안게임 사상 첫 2연패 달성의 역사를 일궜다./dolyng@osen.co.kr

[사진] 보고르(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