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최초로 야구 '금메달 부자(父子)'가 탄생했다. 이종범(48)과 이정후(20)가 그 주인공이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3-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 이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이종범-이정후 부자가 서로 꼭 껴안았다. 아버지 이종범은 대표팀 주루코치, 아들 이정후는 대표팀 선수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도 뭉클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 경기 후 시상식을 마친 뒤 대표팀 코치들은 이종범 코치에게 "우는 것 아니냐?"며 짓궂게 놀렸다. 현장을 함께한 이들에 따르면 이종범 코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한다. 마냥 어리게 보였던 아들이 장성해서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 특별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에 앞서 이종범 코치가 먼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을 맡아 5경기에서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 3타점 4득점 2도루로 활약하며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당시 이정후는 만 4세 아동이었다. 그랬던 아들이 16년 후 대표팀 선수가 됐다.

사실 이정후는 이번 아시안게임 최초 최종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오른손 외야 자원이 부족한 까닭이었다. 한 관계자는 "당시 이종범 코치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고생을 했다. 이정후가 아들이었기 때문에 대표팀 코치임에도 불구하고 선수 선발 과정에서 말을 아껴야 했다"는 귀띔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대표팀 탈락 후 좌절하지 않고 더 무섭게 타올랐다. KBO리그 타격 1위(.378)에 올랐고, 옆구리 부상을 당한 박건우의 자리에 대체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승선했다. 어느 누구도 아버지 이종범의 후광으로 보지 않았다.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아시안게임에서 증명했다.
6경기 모두 1번타자로 선발출장한 이정후는 24타수 10안타로 타율 4할1푼7리 2홈런 7타점 6득점 3볼넷으로 활약했다. 10타석 이상 들어선 대표팀 타자 9명 중 최고 타율. 출루율 4할4푼8리로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히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아버지 이종범의 성적을 능가한 성적이었다.
당당히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아들 이정후, 이를 곁에서 지켜본 아버지 이종범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종범-이정후 부자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자카르타의 밤이었다.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