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26, 토트넘)의 양보 리더십이 김학범호를 빛나게 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한국시간) 밤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서 일본과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했다. 연장 전반 3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천금 선제골과 연장 전반 11분 황희찬(함부르크)의 결승골을 더해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날이었다.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1970년 방콕(버마와 공동우승), 1978년 방콕(북한과 공동우승),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란과 함께 나눠가졌던 역대 최다(4회) 우승국 칭호도 독차지했다. 두 차례 원정 공동우승을 넘어 첫 원정 단독우승의 전리품도 안았다.

손흥민의 양보 리더십은 금메달의 숨은 원동력이었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걸 알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기록에서 잘 나타난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1골에 불과했지만 도움을 5개나 기록했다. 토너먼트서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골을 도우며 금메달에 일조했다.
특히 손흥민은 와일드 카드 공격수로 함께 뽑힌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총 3골을 어시스트하며 특급 케미를 과시했다. 둘은 나란히 벤투호 1기에 승선하며 이 달 A매치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흥민은 일본과 결승서도 이승우와 황희찬의 골을 모두 도우며 '조력자'로서 역할을 끝까지 해냈다.
손흥민의 양보 리더십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두 번 있었다. 일본과 0-0으로 팽팽하던 연장 전반 3분 이승우의 선제골 장면.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돌파해 오른발 슈팅 타이밍을 잡았지만 이승우가 왼발을 갖다 대 굳게 닫혀있던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공격수로서, 선배로서 충분히 욕심을 낼 법한 상황이었지만 손흥민은 양보의 미덕을 보였다. "승우가 '나와 나와' 해서 빨리 비켜줬다. 승우가 더 좋은 자리에 있었고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결국 어시스트를 했다."
손흥민의 양보 리더십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 혈투 때도 빛났다. 한국은 3-3이던 연장 후반 종료 4분 전 황의조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승부를 가를 기회를 잡았다. 당초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차려고 했지만 '악수 거부' 논란 등으로 구설에 시달리던 황희찬에게 양보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서 정말 어려움이 많았던 희찬이가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며 "솔직히 어떻게 찼는지 보진 못했다. 희찬이가 후반에 들어와서 정말 열심히 뛰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양보한 이유를 밝혔다. 손흥민의 믿음을 등에 업은 황희찬의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 손끝을 스치며 결승골로 연결됐다. 이 골로 자신감을 얻은 황희찬은 일본과 결승서 결승골을 책임지며 손흥민에게 금메달로 화답했다.

손흥민의 양보 리더십은 오는 7일 오후 8시 코스타리카(고양종합운동장), 11일 오후 8시 칠레(수원월드컵경기장)와 A매치 평가전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dolyng@osen.co.kr

[사진] 보고르(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