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야구대표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동렬호가 기대이하 경기력으로 고전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야구가 발달되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야구 결승 한국-일본전이 열린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 5회말 한국 공격을 앞두고 경기가 잠시 멈췄다. 경기장 좌측, 3루측 조명탑 불이 갑자기 꺼진 것이다. 전력이 공급이 불안정한 인도네시아의 환경이 승부에도 영향을 미칠 뻔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만들어진 GBK 야구장은 경기를 하기에 부족한 환경이었다. 조명탑이 낮아 타구 판단을 하기 어려웠고, 그라운드도 불규칙 바운드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내야수 김하성은 "솔직히 말하면 중학교 이후로 처음 보는 땅이다"며 낯선 환경에 적잖게 당황했다.

대회 운영도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심판이 자국 경기에 배정되는 일도 빈번했다. 지난달 27일 예선 인도네시아-한국전에는 3루심이 인도네시아인 차요노 캔드라 심판이었고, 30일 슈퍼라운드 한국-일본전에는 2루심에 한국인 양재민 심판, 3루심에 일본인 고이데 요시노리 심판이 들어갔다.

다행히 문제될 만한 심판 판정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국제대회에서 제3국 심판 배정이란 기본적인 원칙마저 지키지 않은 것이 놀랍다. 한국, 일본, 대만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심판 수준이 낮다 보니 이 같은 배정이 나오지만 야구를 대하는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안일함, 무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답게 인도네시아의 기도도 변수로 작용했다. 우려했던 기도로 인한 경기 중단은 없었지만, 경기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슈퍼라운드 중국전은 당초 예정된 낮 12시가 아니라 오후 2시로 경기 시간이 미뤄졌다. 인도네시아는 금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법적 기도시간으로 지정, 전 국민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날 선수들은 1시간30분 동안 그라운드를 쓸 수 없었다.
심지어 대회 조직위원회는 성적 반영 방식에서도 혼선을 안겼다. 예선 기간 도중 조직위원회는 KBO에 '슈퍼라운드는 예선 전적이 누적되지 않고 슈퍼라운드 전적만으로 동률 팀이 나올 경우 승자승 원칙이 적용된다'고 알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선 전적이 반영된다'고 정정했다. 조직위 측은 KBO에 설명이 바뀐 것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 것에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최악의 환경과 엉망인 대회 운영에도 한국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다만 나머지 국가들이 대부분 아마추어나 젊은 선수들만 내세우는 아시안게임이기에 한국의 대회 접근 방식 또한 달리해야 할 건 분명하다. 적어도 정상급 프로 선수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대회다. /waw@osen.co.kr
[사진] 자카르타=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