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최유화 “조승우 인터뷰 못 한 게 제일 아쉬워요”[Oh!커피 한 잔]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8.09.03 08: 03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에서 이동욱, 조승우, 문소리 등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는데, 그중 기자 역할을 맡은 최유화는 낯설고 신선한 배우다. 하지만 아무렇게 질끈 묶은 머리, 차가운 바닥에 앉아 기사를 쓰고 있는 모습 등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유화는 특유의 이국적인 마스크로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고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큰 키로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주얼뿐 아니라 꾸준히 쌓은 연기 내공으로 ‘라이프’ 스토리의 한 축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유화는 2010년 KBS 드라마 스폐셜 ‘위대한 계춘빈’으로 데뷔해 ‘마이 프린세스’, ‘부탁해요 캡틴’을 비롯해 영화 ‘밀정’, ‘최악의 하루’, ‘비밀은 없다’, ‘레슬러’ 등 차근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내공을 채웠다.

조금씩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린 최유화는 ‘라이프’에서 기자로서 신념이 뚜렷하고 소신 넘치는 최서현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실 최유화는 ‘라이프’의 특정 캐릭터를 놓고 오디션을 본 게 아니었다. 오디션에서 최서현 캐릭터 연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캐릭터에 욕심이 있었다고.
“특정 역할을 정해놓은 오디션이 아니라 역할을 열어놓은 오디션을 봤는데 오디션 대본에는 최서현 캐릭터가 없었지만 시놉시스를 보고 이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었다. 핵심을 짚어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꼭 연기하고 싶었다. 나도 사람들 만나면 밥걱정을 하고 상대방의 컨디션을 살피는데 그 점이 최서현과 비슷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나는 대본리딩에도 참여하지 못했고 1회부터 4회까지 촬영했을 때도 나는 캐스팅된 상태가 아니었고 드라마에 늦게 투입됐다.”
최유화가 극 중 맡은 최서현은 공중파 방송사에서 메인 뉴스를 맡았던 앵커로 방송국 파업 기간 중 퇴직하고 현재는 퇴직 기자와 아나운서들이 뭉쳐서 만든 신생 미디어 업체 새글21에서 기자로 뛰는 캐릭터다. 기자로서 신념이 뚜렷하고 그 신념 중에서도 가장 확고한 것은 진실보다 더 중한 것이 사람이라는 신념의 소유자.
“이전에 ‘비밀의 숲’을 봤는데 이수연 작가님의 작품은 그동안 봤던 미니시리즈와 다른 결의 작품이었다. 미니시리즈라고 하면 남녀조주연까지 네 명이 주목받는 형식이지만 이수연 작가님은 작은 역할이건 큰 역할이건 그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최서현이 그렇게 큰 캐릭터인 줄 몰랐다. 성격적인 부분에서 욕심이 났는데 이렇게 드라마에서 핵심을 짚어주는 캐릭터인 줄은 몰랐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생겼다.”
최유화는 ‘라이프’에서 부정부패와 비리고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억울하게 권력에 눌린 사람들, 즉 ‘진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기자 최서현의 신념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똑같이 얘기하는 부분은 최서현 캐릭터가 같은 여자가 봐도 멋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자한테 적이 아닌 여자가 아니라 호감인 여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의 성격이나 모습이 캐릭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학창시절 때도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었는데 그런 부분이 연기할 때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여성 시청자들이 최서현 캐릭터를 봤을 때 적대감보다는 호감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 땅바닥에 앉아서 일하거나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 나와 닮아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유화는 자신과 최서현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지만 연기가 절대 쉽지는 않았다고. 최서현은 똑 부러지는 성격인데 최유화와는 다른 성격이었다.
“최서현이 나와 너무 다르다. 말투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나는 굳이 긴장감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 성향의 문제인 것 같은데 나는 오디션을 가도 긴장을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고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편하게 지내는 스타일이다.”
최유화는 드라마 촬영에 앞서 전·현직 앵커 및 정치사회부 기자들을 만나며 말투부터 손동작까지 사소한 습관까지 바꾸려 노력했다. 촬영 현장에서 역시 노트북과 기자 수첩들을 손에서 떼놓지 않으며 계속해서 기자 역할에 온전히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후문.
“촬영 전 사회부, 정치부 기자들부터 의사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만나고 전·현직 앵커도 만났다. 준비 기간이 짧아서 빨리 이뤄졌는데 그분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 공통점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연기가 돼버린 부분이다. 앵커들은 뉴스가 잘 전달되게 글자가 보이는 말투로 얘기해야 하는데 나도 그렇게 되더라. 나는 연기자인데 글자가 보이는 말투로 연기를 하게 돼서 그걸 경계하려고 했다. 연기처럼 안 보이는 느낌도 있는 반면 왜 그렇게 연기를 하냐고 하기도 한다. 호불호가 있는 연기인데 연기로 호불호가 나뉜 적은 ‘라이프’가 처음이다.”
최유화는 ‘라이프’에서 이동욱과 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썸인 듯 썸 아닌 듯한 최서현과 예진우(이동욱 분)의 관계가 무겁게 전개되는 ‘라이프’에 소소한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나는 최현서와 예진우의 관계가 현실적이었다. 두 사람의 감정이 어른들의 연애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사랑보다 일이 우선일 때가 있고 여유가 없어서 연애를 못 할 때도 있는데 최현서와 예진우의 관계가 그랬다. 두 캐릭터의 성향도 비슷하다. 둘 다 너무 힘든 전문직이고 말이 잘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최현서와 예진우가 불의를 보고 도저히 못 참고 나선 용기 있는 사람들인데 서로 닮은 면을 보고 끌리는 점이 있고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도와주려고 하고 위로가 돼주는 부분이 있다.
최유화는 ‘라이프’에서 이동욱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이동욱에 대해서는 “내가 키가 큰데 오빠가 키가 커서 편했다. 하지만 오빠와는 연기적인 얘기 말고는 다른 얘기를 많이 못 했다”고 했다.
조승우에 대해서는 “내가 중간 투입돼서 도움을 많이 주고 배려해줬다. 먼저 말 걸어주고 ‘드디어 최서현이 뽑혔다. 이 사람이다’라고 반가워했다. 현장에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유화는 연기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구승효(조승우 분) 인터뷰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조승우 선배님, 구사장을 취재 못 나간 점이 아쉽다. 새글21에서 연차가 낮아서 인터뷰를 못 했다. 아쉬워했더니 조승우 선배님이 ‘인터뷰해줄게’라고 하더라. 그래서 ‘조승우 말고 구사장님이요’라고 했다.”
최유화는 ‘밀정’을 통해서도 진한 인상을 남겼지만 ‘라이프’를 통해 대중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배우 인생에 있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일 터.
“개인적으로 공부가 많이 된 작품이다. 삶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그간 개인적인 일들에 마음 아파했는데 ‘라이프’를 하면서 공감 능력이 떨어졌구나라는 반성을 했다. 서현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울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현의 마음을 느끼려고 애쓸 때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일로만 아파하는 게 아니라 사회 문제에 공감하는 걸 많이 배웠다. 그 점에 있어서 이수연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따뜻한 분이라는 걸 느꼈다.”
마지막으로 최유화는 “정장 입을 때 불편하고 힐 신을 때 불편하고 캐주얼일 때 편한 모습이 나온다. 나는 성격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최유화라는 사람보다는 그 캐릭터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다”고 전했다. /kangsj@osen.co.kr
[사진]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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