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및 드라마에서 보여준 배우 김명민의 한계 없는 변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기자 생활을 접고 이민을 가려던 그를 붙잡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을 시작으로 ‘하얀 거탑’(2007), ‘베토벤 바이러스’(2008) ‘드라마의 제왕’(2012), ‘육룡이 나르샤’(2015), 올해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우리가 만난 기적’(2018)까지 14년 동안 브라운관을 휘어감은 매력 넘치는 김명민은 매번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이처럼 대체 불가 배우로 자리 잡은 김명민은 스크린에서도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관객들에게 영화적 재미를 선사해왔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2009)에서 루게릭병 환자 역할을 위해 무려 20kg 가량을 감량하는 투혼의 연기로 제46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남자 인기상과 제3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극찬을 받았다. 영화 ‘연가시’(2012)에서는 전대미문의 재난에 맞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 재혁으로 분해 또 한 번 관객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김명민을 놓고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빼놓을 순 없다. ‘조선판 셜록홈즈’라 불리며 한국형 시리즈물의 시작을 알린 ‘조선명탐정’은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2015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2018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로 다시 한 번 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바른 생활 사나이이자, 모범적인 캐릭터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조선명탐정’에서는 허당기 가득한 이미지로 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역대급 코믹 연기를 선보인 게 유효했다.
새 영화 ‘물괴’에서는 기존에 드러났던 김명민의 모습에서 한층 더 깊어진 무게감과 존재감을 맛볼 수 있다. 절제된 동작과 말투로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액션이 이미 몸에 밴 ‘무술인’의 향기가 묻어났다.
김명민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무술 감독님이 내게 ‘무술인의 피가 흐른다’고 하셨다(웃음). 이건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웃음). 농담이고. ‘물괴’를 찍는 동안 매일 몸이 쑤시고 아팠다. 사실 1년 전에 찍은 영화라 당시의 촬영 현장을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언론시사회에서 보니 제 액션 장면이 많긴 많더라(웃음)”고 웃어젖혔다.
그러면서 “어제 영화를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와이어 액션도 정말 많이 했더라”며 “사실 예전에 액션연기를 하다가 크게 다쳐 작품 촬영에 피해를 준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시 ‘내가 소화할 수 없는 고난이도 액션은 전문 대역 배우에게 맡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기를 하면서 ‘내가 여기서 이걸 해도 되나?’라는 의문이 들 때는 맡기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작품을 위해서도 나을 것 같아서다. 제가 열정이 넘쳐서 하고 싶어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면 자제하는 것 같다. 배우로서도 욕심이 있지만 작품 촬영기간에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위험한 장면은 대역으로 간다”고 전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으로만 남겨진 괴이한 짐승 물괴의 생김새가 어떠할지, 그에게 숨겨진 사연은 무엇일지, 오프닝부터 ‘물괴’가 본격적으로 등판하기 전까지 관객들에게 무한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집중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물괴를 추적해가는 과정은 스릴 넘치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조선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윤겸(김명민 분), 성한(김인권 분), 명(혜리 분), 허선전관(최우식 분) 등 물괴 수색대 4인방이 고군분투하는 과정들은 누구에게나 진한 여운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네 사람이 마치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인권은 평소에도 제가 너무 좋아했던 배우라서 현장에서 정말 죽이 잘 맞았다. 최우식과 혜리는 너무 귀여웠다.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어서 열정이 대단하다. 특히 우식이를 놀리는 재미도 있었다(웃음). 혜리는 아이돌이지만 그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다. 거울도 보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할 정도로 배우로서 자세를 갖췄다. 사전에 얘기를 많이 해서 저희 넷의 호흡이 잘 맞았다. 영화에서도 케미스트리가 잘 살아난 것 같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