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쇼' 박명수 "소확행은 가족의 행복+딸과의 시간"(ft.오은 시인)[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8.09.04 11: 51

'박명수의 라디오쇼'가 오은 시인 덕분에 유쾌한 품격을 더했다. 
4일 오전 11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오은 시인이 출연했다. DJ 박명수는 "전 이 시대 최고의 N행시 장인이다. 2행시인이다. 하지만 시집을 근래에 안 읽어봤는데 오늘 2행시 배틀을 해 보고 싶다"며 오은 시인을 반겼다. 
오은 시인은 "친형이 제가 노트에 써놓은 걸 올렸더라. 제가 응모한 게 아니라서 등단이 뭔 줄 모르고 데뷔했다. 처음에 시를 쓰겠다고 한 게 아니라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 갇혀 있는 게 싫어서 썼다. 교과서에 실린 스타일이 아니었다. 제목은 '은둔하는 말에 관하여'였다"고 밝혔다. 

박명수는 "한 달에 얼마 버는가"라고 고정 질문을 던졌다. 오은 시인은 "시인은 직업이라기보다 정체성 같다. 시 한 편당 고료를 5만원에서 15만원 받는다. 저는 1년에 30편 정도 쓴다. 하지만 부탁을 받아야 쓰고 실린다. 10만원이라고 잡으면 1년에 300만원 정도 번다. 인세는 10%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돈을 벌지만 저 같은 시인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명수는 "명문대를 나왔는데 1년에 300만원 벌면 어떻게 생활하냐"고 물었다. 오은 시인은 "방송도 하고 시를 쓰니까 또 다르게 얻는 기회도 있다. 일간지에 칼럼도 쓰고 있고 인터뷰도 한다. 팟캐스트에서 시 관련 방송 DJ로 출연하고 있다. 충분히 생활은 가능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시인은 가난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편견이 있지 않나. 골방에 있을 것 같고 한강에서 소주 마실 것 같고. 대한민국 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것보다 시인으로서의 목적은 시인의 고정관념을 깬 시인이 되는 거다"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은 시인은 시를 처음 접하는 청취자들에게 "젊은 시인들이 첫 시집으로 시작하면 쉽다. 아니면 기형도 시인의 '입 속에 검은 잎' 시집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가을의 쓸쓸함에 잘 맞는 시집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듯하다"고 추천했다. 
또 그는 바쁜 활동 중 언제 시를 쓰냐는 물음에 "전 무조건 일요일에 쓴다.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일요일에 결혼식도 안 간다. 오래 생각하고 쓴다"며 "저의 소확행은 반신욕이다. 나이 때를 벗긴 느낌이다. 사로잡힌 꺼풀을 벗는 기분이 좋다. 한 번도 배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명수는 "제 소확행은 가족의 행복이다. 딸과 같이 보내는 시간인데 아빠한테 잘 안 온다"고 진심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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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명수의 라디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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