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인 에이스 메릴 켈리(30)는 올해를 앞두고 SK와 총액 175만 달러(약 19억5000만 원)에 재계약을 했다. KBO 리그 네 번째 시즌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MLB)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몇몇 MLB 팀들도 켈리를 주시했다. 2016년 시즌 종료 후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읽혔다. 그러나 SK가 일찌감치 구단 옵션을 행사했다. 켈리는 옵션의 자동 발동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상황이었고, 구단 옵션이라는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해둔 SK는 켈리를 놔줄 이유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MLB행의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켈리는 올해로 만 30세다. 한창 전성기에 있을 나이다. 최근 MLB에서는 20대 후반을 선수 커리어의 정점으로 본다. 서른이 넘으면 이른바 ‘에이징커브’상 기량이 떨어지는 시기로 영입에 다소간 신중한 경향이 있다. 켈리로서는 1년이라도 빨리 MLB에 도전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SK도 어쩔 수 없었다. 팀의 에이스를 잡을 기회를 그냥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올해가 끝나면 그런 옵션은 없다. 켈리는 말 그대로 자유의 몸이 된다. MLB 스카우트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여전히 켈리의 경기에는 MLB 스카우트들이 최소 2~3팀씩 따라 다닌다. 4일 인천 넥센전에도 4개 팀이 켈리의 투구를 지켜봤다. 소속도 다양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중부·서부 팀이 하나씩 찾았고, 아메리칸리그 중부 팀도 켈리를 지켜봤다. 올해 켈리를 지켜본 MLB 구단들은 10개가 넘는다.
문제는 성적이다. 켈리의 올 시즌은 직전 3년에 비해 다소 부진하다. 켈리는 4일 현재 22경기에서 120이닝을 던지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4.65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평균자책점(3.60)에 비하면 확실히 좋지 않은 것은 맞다. 시즌 초반 어깨가 다소 불편해 2주 이상을 쉬었고 그 후로는 구속은 정상이나 로케이션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켈리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5.17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는 한결 나은 모습이다. 여전히 빠른 공과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켈리는 로케이션 문제가 나아지며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비록 4일 넥센전에서는 우측 엄지손가락의 경직 증세로 5회 들어 급격하게 흔들리며 4실점하고 자진 강판했으나 4회까지의 투구 내용은 압도적이었다. 최고 156㎞(구단 전력분석 기준)까지 나온 패스트볼과 변형패스트볼, 커브와 체인지업의 조합은 일품이었다.
켈리의 미국 최상위 레벨 경력은 트리플A다. 당시는 탬파베이 팜에 좋은 투수들이 많아 MLB 승격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보직이 어떻든 최고의 무대에 서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SK도 켈리가 MLB 진출을 택할 경우 그간의 공헌을 감안해 이적료를 받지 않고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스스로 MLB의 기회를 잡을 때 가능한 일이다. 켈리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3.27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스카우트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자신의 개인적 꿈, 그리고 SK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다. 어쩌면 KBO 리그에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켈리의 피칭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skullboy@osen.co.kr